
퇴직은 직장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정년 연장이 사회적 화두(話頭)가 되고 있지만 65세를 넘지 않는다. 막상 닥치면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쉬움도 있지만 제2의 삶에 대한 설렘도 있다. 노후를 잘 준비한 사람은 걱정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경제 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노후의 삶이 길어졌다는 의미다. 이 삶이 고단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름다운 노후는 없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39.7%로 OECD 중 1위이다. 선진국에 진입했음에도 부끄러운 기록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민연금 전체 수급자 707만 명 가운데 100세 이상은 201명이다. 남자 63명, 여자 138명으로 여성 수급자가 2배 이상 많다. 최고령 수급자는 111세이다. 공단은 지난 2010년 100세 이상 수급자를 대상으로 장수 축하 행사를 했는데 이때 대상자는 13명에 불과했다. 이후 서서히 증가해 2020년 100명을 돌파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에 등재된 4월 기준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는 8,806명이다. 고령화 속도가 섬광처럼 빠르다. 노인 빈곤율도 더욱 높아졌다. 원인을 찾아보면 복합적이다. 유교적 전통사회에서는 자녀가 부모를 봉양하는 미덕이 있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했으니 도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도시로 몰려들면서 이마저 어려워졌다. 이에 노후 준비는커녕 재산을 팔아서 자식 뒷바라지했던 부모는 가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1988년 시작된 국민연금제도도 1950년대 출생한 경우 혜택 밖이다.
자녀가 부모를 봉양하려 해도 사회적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높은 실업률, 저성장,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은 부모를 경제적으로 지원할 여력을 없게 한다.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거나 고철을 수거하는 어르신들이 자식이 없어서가 아니다. 자식들이 보살필 여건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부동산 자산에 대한 높은 의존도 문제다. 노인 세대들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유일한 자산이다. 그러나 부동산은 유동성이 낮아 실제 생활비로 활용하기 어렵다. 부자가 생계를 걱정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든 원인이다.
요즘 직장인은 이것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퇴직 전 노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하루만 살고 그만 사는 것처럼 노후 준비를 하지 않으면 제2의 삶은 보장받을 수 없다. 자고 일어나면 기대 수명이 늘어나는 시대이다. 실제로 나이를 먹어도 젊게 사는 어르신들이 많다. 생활도 여유롭다. 모두 철저하게 준비한 덕분에 누리는 삶이다. 계획성 없이 흥청망청 살아서는 이런 생활을 할 수 없다. 아끼고 절약하며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사실 노후의 삶도 건강하게 살아야 성립된다. 짧은 수명을 가졌다면 노후의 삶은 없다. 그렇기에 평소 마음가짐과 행동이 중요하다. 장수를 위해서 반드시 그렇다. 지금 지구촌 최고령 노인은 영국의 에델 캐터햄 할머니다. 무려 116세이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장수 비결에 대해 “누구와도 논쟁하지 않고 절대 다투지 않는다. 남의 말을 경청하고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라고 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모든 것을 절제하라”라고 조언했다.
이 영국의 할머니처럼 장수 노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다. 또 건강한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 가족들과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최고 비결이다.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우쳐 주는 조언이다. 굳이 장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른 삶을 인도하는 등대와 같은 교훈이다. 65세 이상 되었을 때 우리도 이 같은 삶을 살았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행복한 노후는 건강한 육체와 마음을 가져야 가능함을 보고 느끼기에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실감한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사회의 품격은 가장 약한 자를 어떻게 대하는가로 판정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가장 오래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을 가장 초라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가난한 노인을 외면하는 것은 사회의 큰 죄이다. 우리가 언젠가 가야 할 그 길을 그들이 먼저가고 있을 뿐이다. 더욱 세심한 배려와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아울러 우리가 언젠가는 갈 그 길이 아름답고 행복한 노후가 되려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실천에 심혈을 기울여야 마침내 가능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