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국무회의서 7대 국정과제 확정…8천억 규모 실증사업 본격화
정부가 철강산업의 미래 전략으로 수소환원제철을 전면에 세웠다. 정부가 확정한 7대 국정과제 속에 철강산업의 저탄소 전환 방안으로 명기되면서, 수소환원제철은 단순한 기업 기술개발 단계를 넘어 국가 차원의 탈탄소 전략으로 격상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123대 국정과제 중 소관 7개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에 정책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과제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8월 13일 발표한 안(案)에 정부 차원의 조정·보완을 거쳐 최종 확정된 것으로, ▲첨단산업 국가 및 제조 4강 도약 ▲국익·실용 중심의 통상 ▲친환경 에너지 대전환 등 3대 정책방향 달성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력산업 혁신’ 과제는 반도체·배터리·자동차와 더불어 철강·석유화학을 고도화하고, 탄소 감축과 고부가가치화를 병행하는 것이 골자다. 철강산업은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 석유화학은 스페셜티 소재 중심 전환이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또 다른 과제인 ‘탄소중립 경제구조 개혁’에서는 수소환원제철을 대규모 R&D 예타 대상으로 포함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환원제철은 기존 고로공정에서 환원제로 쓰던 석탄(C)을 수소(H₂)로 대체해 철광석을 환원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는 이산화탄소(CO₂)가 아니라 수증기(H₂O)로 바뀌어, 탄소배출량을 최대 95%까지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기술로 포스코의 하이렉스(HyREX) 공법은 기존 파이넥스 유동환원로에 전기용융로(ESF)를 결합한 형태다. 철광석 분말을 직접 환원하는 구조로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한국 철강산업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약 14~18%를 차지한다.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시 제조공정의 CO₂ 배출을 85~95%까지 줄일 수 있어, EU CBAM 등 글로벌 탄소규제와 저탄소 철강 수요 확대에 대응할 산업적 게임체인저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미 8,146억 원 규모의 실증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통과시켰으며, 2026년부터 30만 톤급 시험 플랜트를 구축·운영해 2035년에는 250만 톤 규모로 확대한다. 2050년까지는 기존 고로 설비를 모두 수소환원제철 설비로 전환하는 장기 로드맵을 추진한다.
한편 해외에서는 스웨덴의 HYBRIT, 독일의 SALCOS, 일본 JFE스틸, 아르셀로미탈, 중국 바오우스틸 등이 앞서 실증에 나섰다. 특히 유럽은 재생에너지·그린수소 조달,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한국은 기술적 강점을 확보했지만, 그린수소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