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은 절기상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이나 현장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영하권이다. 며칠 전 전국을 덮친 폭설과 강추위의 기세가 여전하듯, 국내 철강업계가 마주한 현실 또한 절기가 무색할 만큼 혹독한 산업적 엄동설한 속에 놓여 있다.
업계 내부에선 현 시황을 ‘살얼음판’ 혹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겨울’이라 정의하며 비장한 각오로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철강업계가 현재를 혹독한 겨울로 규정하는 것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최대 수요처인 건설업의 장기 침체로 인해 설비 가동률 하향과 공장 폐쇄 등 가슴 아픈 구조조정이 현실화되었다.
외부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그리고 멕시코·베트남·인도 등 주요 수출국의 비관세 장벽 강화는 수출길을 더욱 좁히고 있다. 여기에 중국·일본산 저가 덤핑 물량의 공습까지 더해지며 국내 시장의 수익성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이러한 대불황 속에서 철강업계는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단순 생산량 경쟁에서 벗어나 선제적인 설비 조정을 단행하는 한편, 고망가니즈강·3세대 자동차강판·우주항공용 특수강 등 ‘스페셜티(Specialty)’ 제품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 전환(AX)과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통한 공정 효율화, 글로벌 현지 거점 확보 등 체질 개선을 위한 사투가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본지를 예방한 철강업 고위 관계자는 “업황이 나빠서 철강업계가 이 정도로 숨 가쁜 시기를 보낸 적이 있나 싶다”라며 “업체 간 협력과 철강업계의 정부·국회와의 협력이 단기간 이렇게 빠르고 많은 내용이 진행되고 있는 점도 놀라운 수준이고, 국가의 철강관련 법령(K-스틸법)과 제도(철강산업고도화방안), 조직(관세청, 무역위 등), 회사별 마케팅 전략 및 제품 포트폴리오가 빠르게 변화하는 점이 모두 이례적 수준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대불황(대겨울)에 오히려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는 철강업계·철강시장의 오늘날 분위기다.
정부와 국회, 기업이 한마음으로 대응하는 지금의 노력이 국내 철강의 실질적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이번 봄부터는 철강업계가 대운(大運)의 길로 들어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