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6개국 참여 장관급 회의서 공급망 재편 의지 표명
가격 하한 설정 검토…과잉생산·저가 공세 차단 목적
한국, 참여 여부·MOU 체결 신중 검토
미국이 동맹·우방국 중심의 핵심광물 무역블록 구상을 공식화하며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자, 한국 정부가 참여 여부를 두고 신중한 검토에 착수했다.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가격 하한제 도입 시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국내 주력 산업의 원가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는 분위기다.
18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장관은 최근 방미 기간 미국 국무부가 주최한 핵심광물 공급망 장관급 회의에 참석했다. 56개국이 참여한 이번 회의에는 미 행정부의 경제·안보 핵심 인사들이 대거 자리해 공급망 재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회의에서 “지난 1년간 미국 경제가 핵심 광물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 절감했다”며 이른바 ‘핵심광물 무역블록’ 구상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미·중 관세 갈등 과정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취약성이 부각된 이후, 동맹과 우방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해 대중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무역블록 참여국 간 일정 수준의 가격 하한을 설정하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잉 생산과 저가 공세로 신규 광산 개발이 위축되는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다자간 협의체를 통해 일정 가격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관세 등 구체적인 가격 조정 수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미국은 일본과 유럽연합(EU) 등과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국은 주요국과의 핵심광물 분야 양자 양해각서(MOU) 체결도 확대하고 있다. 이미 체결했거나 문안에 합의한 국가만 35개국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한국은 무역블록 참여 여부와 미국과의 양자 MOU 체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동맹·파트너 중심의 무역블록’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한국에 대한 참여 압박도 점차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역시 특정 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 구조를 완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핵심광물 확보 문제는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미국이 제안한 가격 하한이 현실화하면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국내 주력 산업의 원가 부담이 상승할 수 있다. 중국과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생산비 증가는 곧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대응 역시 변수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핵심광물 무역블록 구상에 대해 “국제 경제·무역 질서를 훼손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블록화가 본격화할 경우 중국의 보복 조치 가능성과 대체 공급망의 실효성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미국 구상이 국내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측면과 통상 환경에 미칠 부담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상섭 외교안보연구소 전략지역연구부 조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 행정부의 희토류 전략은 한국에 자원 안보 강화와 산업 경쟁력 제고, 외교적 지평 확대라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균형 외교와 국내 산업기반 조정이라는 과제를 안긴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핵심광물 공급망의 탈중국화와 안정적 대체선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며 우방국과의 협력 확대와 더불어 정련·가공 역량의 내재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