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관세 건의 후 본조사 돌입…결정 시점은 2월 하순 이후로
덤핑률 3.64% 산정…업계 “체감과 괴리”
中·베트남산 조사 당시와 달라진 시장 여건
무역위원회의 태국산 이음매 없는 동관 덤핑 예비판정 이후 국내 동관 업계는 재정경제부의 잠정 덤핑방지관세 부과 여부를 최대 분수령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역위원회는 지난 1월 22일 예비판정에서 덤핑 사실과 국내 산업 피해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태국 최대 수출업체인 홍콩하이량에 대해 3.64%의 잠정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건의했다. 과거 동관 반덤핑 조사 사례와 달리 무역위원회가 예비판정 단계에서 잠정관세 필요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절차상 일정은 다소 지연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무역위원회의 잠정관세 건의 의견이 재정경제부로 전달되는 시점과 동시에 본조사가 개시되는데, 이번 건의가 2월 둘째 주에 이뤄지면서 결정 시점이 예비판정일 기준 30~50일 범위 내에서도 다소 늦어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잠정관세 부과 여부는 2월 하순 이후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분위기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번 예비판정에서 산정된 3.64%의 덤핑률이 실제 시장 체감과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2022년 중국산과 베트남산 동관 반덤핑 조사 당시에는 각각 16.52%, 14.78%의 높은 덤핑률이 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예비판정 단계에서는 잠정관세가 부과되지 않았고 최종적으로도 가격 인상 약속과 수출량 제한에 그치면서 시장 정상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업계는 당시와 달리 현재는 시장 여건이 크게 악화된 만큼 이번에는 실질적인 관세 부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동관 시장에서는 중국계 자본을 기반으로 한 업체들이 생산기지를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로 이전·확대하며 수출 구조를 재편해 왔다. 업계에서는 태국산으로 분류되는 물량 상당수가 동남아에 공장을 둔 사실상 중국 기업들에 의해 생산·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원산지 변경을 통한 우회 수출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이런 구조적 요인이 이번 덤핑률 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함께 제기된다.
수입 통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확인된다. 2025년 이음매 없는 동관 총 수입량은 2만477.2톤으로 집계됐으며, 베트남이 1만294톤으로 전체의 50.2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중국산은 6,621.2톤(32.33%), 태국산은 3,372.6톤(16.47%)으로 주요 공급국으로 자리 잡았다. 태국산 수입은 연중 꾸준히 유입됐고 일부 월에는 400톤을 웃돌며 국내 시장의 가격 하방 압력을 지속적으로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수요 환경이다. 업계는 과거 중국·베트남산 반덤핑 조사 당시와 비교해 현재 국내 동관 수요가 현저히 위축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요 가전업체들의 해외 생산 이전과 배관 소재 대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삼성전자도 에어컨 라인을 제외한 상당수 생산라인이 2월 들어 주 4일 가동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입 물량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반면, 국내 생산과 내수 판매는 장기간 감소세를 보이며 업계의 체감 부담은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여건을 감안할 때 업계는 이번 조사에서는 가격 인상 약속이나 수출량 제한이 아닌, 잠정 덤핑방지관세 부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잠정관세가 부과되지 않거나 낮은 수준에 그칠 경우, 수요 부진 속에서 수입 압박이 지속돼 국내 동관 산업의 타격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향후 재정경제부는 잠정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한 뒤 3월 현지실사, 4월 공청회, 6월 무역위원회 최종판정을 거쳐 8월 최종 관세 부과 여부를 확정하게 된다. 업계는 잠정관세 결정이 이번 반덤핑 조치의 실효성을 가를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고, 결정 시점에 맞춰 정부에 현장의 피해 상황과 시장 여건을 적극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