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70% 차지한 탄약사업 매각 검토…사업 구조 변화 가능성
방산 수익 의존 구조 속 신동사업 경쟁력 시험대
AI·전력망 확대로 구리 수요 증가…신동사업 반등 기대
방위산업과 신동사업을 양대 축으로 성장해 온 풍산(회장 류진)의 사업 구조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력 사업인 탄약사업부 매각 검토와 함께 핵심 수익원인 방산 부문 구조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풍산의 향후 실적 흐름이 신동사업의 경쟁력에 더욱 크게 좌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탄약사업 매각 검토, 방산 부문 변화 촉각
업계에 따르면 풍산은 탄약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과 접촉하며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매각 주관사는 외국계 투자은행 라자드가 맡았으며, 매각 가격은 약 1조5,000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인수 후보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풍산은 소구경부터 대구경에 이르는 군용 탄약과 스포츠용 탄약, 추진화약 및 탄약 부품 등을 생산한다. 지난해 방산 부문 매출은 1조1,86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30% 수준이지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과 동합금을 활용해 산업 기초 소재를 생산하는 신동 부문이 매출 규모는 크지만 수익성이 낮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풍산의 지난해 매출은 5조4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1% 감소한 2,974억원, 순이익은 37.7% 줄어든 1,4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5.89%로 전년 대비 1.22%포인트 하락했다.
수익성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신동부문 부진이 꼽힌다. 신동부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0.78%(영업이익 215억원)에 불과했다. 2021년 6.76%였던 영업이익률은 2022년 이후 줄곧 0~1%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방산 부문은 1,5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7.9%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 구리 수요 확대, 신동사업 의존도 확대 가능성
동가공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 풍산은 국내 동판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구산업, 대창 등 경쟁사들이 존재한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일본의 미쓰비시, JX금속, 중국 하이량 등 글로벌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사업별 상황도 녹록지 않다. 동판과 동봉은 지난해 3분기 이후 국제 구리 가격 급등과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수요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하면서 4분기까지 부진이 이어졌다. 압출 제품은 경쟁사 대창에 밀리고 있으며 제품군 확대보다는 기존 생산라인을 유지하는 수준의 대응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전(동전 소재) 사업 역시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신용카드와 모바일 결제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동전 사용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에는 대만, 유럽, 칠레 등으로 수출국을 확대하며 목표 실적은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신동 사업의 중장기 전망이 완전히 어둡지만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전력망 인프라 확대에 따라 구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LME 구리 현물 가격은 지난달 초 기준 톤당 1만3400달러 수준까지 올라 최근 10년 사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풍산이 보유한 구리 합금 기술 역시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AI 반도체 신호 전달과 데이터센터 전력망 등 고성능 전도 소재 수요가 늘면서 고부가가치 소재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올해 신동사업 분야에서 가공비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 해외 자회사 실적과 승계 불확실성 변수
해외 자회사 실적도 변수다. PMX인더스트리는 과거 적자가 지속됐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실적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국 Siam Poongsan Metal 등 해외 자회사들의 수익성 개선 여부도 향후 실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탄약 사업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풍산의 사업 구조 변화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방산 부문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 온 만큼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신동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 검토 배경으로 경영 승계 문제도 거론한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장남 류성곤 씨는 2013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해 현행 방위사업 관련 규정상 경영권 승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류씨는 현재 풍산의 미국 계열사 PMX인더스트리에서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현재 그룹 내부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풍산 관계자는 “방산 사업 매각 여부와 시점 등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류진 회장 장남과 달리 딸은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어 방위사업 경영 참여 가능성도 있으며 탄약 제조 사업과 별개로 미국 등 해외에서 탄약 유통 사업이 확대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AI·전력망 확대에 따른 구리 수요 증가는 신동 사업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탄약 사업 매각이 현실화 될 경우 신동 사업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풍산이 방산과 신동을 축으로 한 기존 사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느냐에 따라 향후 사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