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위기의 철강산업, ‘파업’보다 ‘합리적 상생’ 절실한 이유

[대장간]위기의 철강산업, ‘파업’보다 ‘합리적 상생’ 절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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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3.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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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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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노조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노조는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국내 최대 기업에서 들려오는 파업의 전조는 단순히 한 기업의 노사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 제조 강국을 지탱하는 핵심 산업 전반에 불어닥칠 ‘고난의 계절’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업황 둔화와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철강업계에 있어 이 같은 노동 이슈는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변수를 넘어 생존을 결정지을 핵심 키워드가 되었다. 실제로 철강업계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상반기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정부 규제와 정책 변화에 따른 운영 부담까지 가중돼 임계점에 다다른 형국이다.

가장 큰 변화의 파도는 ‘노란봉투법’ 시행과 함께 밀려왔다. 최근 한국노총이 포스코 산하 34개 하청 노조를 대리해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업계 1위인 포스코에서 시작된 하청 노조와의 직접 교섭 움직임은 곧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 자명하기에 업계는 ‘올 게 왔다’며 탄식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감산과 비용 절감이 절실한 시점에,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하청 노조와의 협상은 기업에 엄청난 경영 압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 변화는 철강사들의 마지막 보루마저 흔들고 있다. 1분기 중 시행될 계절·시간대별 요금 차등화는 그간 저렴한 야간 전력을 활용해 수익성을 방어해 온 철강업계에 날벼락과 같다.

여기에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제도(CBAM) 본격 시행은 탈탄소 전환이라는 거대하고 값비싼 숙제를 안겼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고로 대신 전기로 비중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의 목을 죄고 있다. 업계 전반에 사활을 건 기술 혁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고정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사면초가 위기 속에서 기업들의 시선은 오는 6월 시행되는 K-스틸법으로 쏠리고 있다. 정부가 감산과 친환경 전환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방침은 가뭄에 단비와 같다. 그런데 이달 중 공개될 시행령에는 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하던 전기료 감면은 제외됐다. 현실의 무게감은 유지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제아무리 훌륭한 법안이라도 현장의 노사 갈등이 발목을 잡는다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지금 철강업계에 필요한 것은 ‘강 대 강’의 대치가 아닌 ‘합리적 대응’과 ‘상생의 지혜’다. 노조는 기업의 실질적인 지불 능력과 대외적 위기 상황을 직시한 현실적인 요구를 제시해야 하며, 사측 역시 투명한 소통을 통해 노동자들의 고통을 분담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노동법, 전기요금, 탄소규제라는 3중 부담에 직면한 철강업계가 이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노사정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산업 특성을 고려한 전기요금 체계와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하고, 노사는 한 배를 탄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현재의 위기 극복은 상반기 중 보여줄 합리적 타협의 수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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