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위화감(違和感)이라는 단어를 지극히 싫어한다. 이 단어의 의미는 ‘서로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하는 어색한 느낌’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조화되지 않거나, 차이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며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을 묘사할 때 쓰인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면 당연히 위화감이라는 단어는 사라지는 것이 옳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서 이 느낌은 늘 생활 속에 자리한다. 때로는 갈등의 불씨가 되어 온갖 불협화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제하는 것이 옳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5월 총파업을 두고 말이 많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예고한 대로 총파업을 강행한다고 한다. 2만여 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할 것이라며 파업 여파로 매출 10조 원(영업이익 5조 원)의 피해를 감수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본질은 “내가 고생한 만큼 대가를 달라”는 실리주의적 요구다. 특히 SK 하이닉스가 쏜 성과급 잔치가 삼성 내부의 공정 감각을 깨우는 기폭제가 됐다. 하이닉스가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지급하는 것이 논쟁 핵심이다.
그러나 보상 보따리를 풀기가 쉽지 않다. 메모리 반도체 단일 품목을 생산하는 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반도체·가전·모바일 등이 모두 한 지붕 아래에 있다. 반도체 내에서도 메모리는 호황이지만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시스템 설계(LSI)는 적자다. TV와 생활가전 사업도 올해 적자가 예상된다. 반도체 직원의 요구대로 파격적인 성과급 체계를 도입할 경우 실적이 부진한 가전·TV사업부 등에서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클 것이다. 특정 사업부에 대한 보상이 조직 전체 위화감으로 번질 수 있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핵심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보상은 필수적이지만, 내부 위화감 해소와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설비 투자, 주주환원 정책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고차 함수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소모적인 분쟁보다는 본원적 경쟁력 회복을 위한 노사 간의 지혜가 절실하다”라고 지적한다. 이 지적이 일리 있지만, 삼성전자 노조가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 최고 부잣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보는 일반 직장인들도 위화감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배부른 부자들의 행복한 싸움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총시즌인 요즘 업체 경영자들이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주주들에게 내민 성적표가 부끄럽기 그지없어서이다. 배당은 엄두도 못 내는 업체도 있다. 대기업에 비교되는 상대적 박탈감에 신규 사업 말은 꺼내지 못할 정도다. 생존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하지만 암울한 미래가 용기를 꺾는다. 특히 중동전쟁이 이러한 상황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규 사업으로 숨통을 트려는 모습이다. 이 모습을 보는 중소기업들은 한없이 부러울 뿐이다. 이에 따른 위화감은 덤으로 따라온다.
오랜만에 조간(朝刊)에 희소식이 나왔다. 위화감 조성 근원이 없어질 모양이다. 매년 5월 1일 노동절이 되면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쉬는 직장인이 있지만 출근하는 직장인도 있었다. 다 같은 근로자인데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법정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소규모 업체 직장인들의 불만이 컸다. 다행히 5월 1일 노동절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공휴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최종 확정되면 그동안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휴일을 보장받지 못했던 근로자들도 쉴 수 있다.
노동절은 근로자들의 생일이다. 그 생일날에 누구는 쉬고 누구는 쉬지 못해 위화감이 컸다. 이번 개정안은 노동절을 명절과 같은 법정 공휴일로 지정해 모든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게 했다. 더는 위화감이 생길 일이 없어졌다.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이 정당한 대우를 받게 된 것이 다행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감하며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주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다. 미래를 준비해야 할 상황과 글로벌 경쟁을 도외시한 채 눈앞의 이익과 무리한 보상에 집착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지만 그 부러움이 위화감으로 돌변한다. ‘서로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하는 어색한 느낌’이 들어서 더욱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