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제강사와 고강도 내진철근 특허 공유…업계 상생 기반 마련
"기술 보호가 산업 경쟁력 좌우"…분쟁 리스크 해소·시장 질서 확립 기대
현대제철이 독자 개발한 고강도 내진철근 기술이 한국산업표준(KS) 규격으로 통용되던 가운데 지난해부터 일부 제강사에서 수요 침체를 이유로 저가 판매 등 문제가 발생하자 관련 기술 특허권 행사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최근 국내 일부 제강사와 고강도 내진철근 특허에 대한 통상실시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내진철근 기술 소유권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통해 시장 내 불필요한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줄이기 위해 추진됐다.
통상실시권은 특허권자가 특정한 조건 아래 제3자에게 자신의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법적 장치로 제3자는 통상실시권을 통해 해당 특허 기술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관련 고강도 내진철근(SD600S)은 현대제철이 지난 2016년 국내 최초 개발한 고성능 건축용 제품으로 오는 2036년 10월까지 기술 특허권이 유효하다. 다만 관련 기술은 KS 규격으로 통용되면서 업계 내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던 상황이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특허 유효성 검토를 거쳐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으며, 이후 제강사들과 단계적인 협의를 통해 사용료 정산 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분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명확한 기준에 기반한 공급 구조가 구축됐다는 평가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제약 산업에서 신약이 막대한 개발비와 연구 기간을 바탕으로 특허와 일정 기간의 독점권을 통해 보호받는 것과 유사하게 철강 역시 기술 가치가 적절히 인정되지 않으면 고급강 개발에 대한 투자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진철근은 일반철근과 비교해 인장강도(힘에 견딜 수 있는 최대 응력) 대비 항복강도(영구 변형이 발생하는 임계 응력) 비율이 80% 이하인 저항복비로 설계된다. 일반철근보다 에너지 흡수율이 높아 건물 붕괴 전 상대적으로 대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내진철근은 국내 구조설계 기준에서 주요 부재 적용이 의무화돼 있으며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 법은 2층 이상의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내진강재 브랜드 H CORE를 론칭한 2017년 당시 약 5,000톤 수준에 불과하던 내진철근 시장은 최근 50만톤대까지 급성장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근은 범용재로 인식되기 쉽지만 모든 제품이 동일한 기술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특히 강도와 연성, 용접성, 내진 성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고성능 내진용 철근은 오랜 연구개발과 기술 축적이 필요한 대표적인 기술집약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수요처인 건설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허 관련 리스크가 가시화되고 협의 체계가 마련되면서 건설사들도 발주 입찰 과정에서 기술적 법적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은 10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관련 안내를 진행하고 있으며 시장 내 혼선을 줄이고 예측 가능한 거래 환경을 조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술 특허권의 정당한 행사와 시장 안정성 확보를 동시에 고려한 조치로 평가된다.
내진철근의 성능과 품질에 대한 커뮤니케이션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건설사 대상 기술 세미나 등을 통해 현장 적용성을 높이고 특허 기반의 공급 체계가 시공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향후 협의가 진행 중인 제강사들과도 순차적으로 논의를 이어가 특허 활용 체계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