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연 및 냉연도금판재류 수요처별 톤당 15~18만원 인상
재압연·소재용 구매 업체, "포스코 대리점서 구매해야 하나"


●대량 구매처 가격 오히려 높아

포스코가 지난 24일 주요 철강재 가격을 오는 7월 1일 주문투입분(주문받은 제품의 제조투입일)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특히 냉연도금판재류에 대해서는 수요처별로 톤당 15~18만원의 가격 인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냉연도금판재류 업체들로서는 사실상 이번 수요가별 차등 가격 정책이 좀처럼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포스코의 열연강판 가격이 이번에 인상되더라도 국제가격 수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제일 낮은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가격 인상이 반복되면서 주요 수요처들에 대한 인상가격 적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열연강판의 경우 유통 및 실수요용은 톤당 15만원이 높아지면서 85만원으로 인상됐지만 냉연업체들 재압연 및 소재용으로 사용하는 열연강판의 판매 가격은 18만원이 높아진 88만원으로 인상된 것이다.
미소둔강판(Full Hard)과 열연용융아연도금강판(HGI)가 각각 톤당 18만원과 16만원이 인상됐을 뿐 산세강판(PO)과 냉연강판(CR), 용융아연도금강판(GI)과 합금화용융아연도금강판(GA), 전기아연도금강판(EGI) 등은 모두 유통 및 실수요용은 15만원, 소재용은 18만원이 각각 인상됐다.

한 냉연도금판재류 업체 관계자는 늘 고정돼 있는 대량 구매처에 대한 가격이 어떻게 일반 유통용에 비해 높게 인상되는 가격 정책이 있을 수 있느냐며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車·家電 시장 염두에 둔 사전포석?

포스코가 열연강판은 물론 냉연도금판재류 판매 가격을 차별화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자동차와 가전용 물량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이미 주요 냉연도금판재류 시장에서 5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 국내 주요 냉연도금판재류 업체들의 경우 대형 수요처라 할 수 있는 자동차 및 가전업체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포스코의 제품 판매 가격에 따라 제품 납품 가격이 조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톤당 25만원의 가격 인상으로 포스코산과의 가격 차이가 더욱 커졌고 이는 결국 향후 주요 수요처들에 대한 물량 조절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일부 업체 관계자들은 최악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있는 소재 확보 및 제품 판매량 확대를 위해서라면 포스코의 대리점으로부터 물량을 구매해 공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대형 수요가 아닌 중소형 업체 지원 아쉬워

결국 냉연업계에서는 이번 포스코의 가격 정책은 결국 중소규모 냉연판재류 업체들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어차피 포스코와 직접 거래하는 수요가 대부분이 대형 수요가인 상황에서 포스코산 열연 및 냉연도금판재류를 소재용으로 사용하는 업체들에게 높은 가격을 부과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유통업체나 직접 수요가에 비해 높은 가격 인상은 이들 업체들이 거래하는 대형 수요처 협력업체나 중소형 부품업체들에 대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대형 자동차나 가전업체들에 대한 납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야겠지만 철강재 인상폭만큼의 납품 가격 인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강력한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수요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지원하겠다는 포스코의 마케팅·가격 정책이 자칫 그 본연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다소 조심스런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