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가격 인상 여부가 또 다시 봉형강업계의 도마에 올랐다. 현대제철 등 형강 제조업체들은 지난 1일부터 형강 가격 인상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형강과 유사한 공정과 원가구조를 갖고 있는 철근의 가격 인상 여부에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수요 여전히 높아 … 봉형강 가격인상 추이도 영향 줄듯
철근 가격 인상 기대감이 높아지는 주된 이유는 무엇보다 수요가 여전히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6월말 주요 제강사의 철근 재고는 15만톤 수준으로 이전까지 재고량이 10만톤을 밑돌던 것에 비하면 재고 수준이 80% 이상 회복됐으나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로 인해 출하에 10일 이상 차질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철근 재고는 여전히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지난해와 올해 형강만 단독으로 가격이 인상된 경우가 없었다는 사실도 철근 가격 인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철근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뒤따라 형강 가격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었다. 올해 들어 형강 가격이 먼저 오르고 철근 가격 인상 월 중순경으로 미뤄지는 등의 다소 변화가 일어나긴 했으나 철근과 형강이 유사한 시기에 가격이 인상되는 기본적인 패턴에는 변함이 없었다.
■ 거칠 것 없는 수입 가격
수입 철근 역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철근 수입량은 올해 들어 매월 10만톤을 넘어서고 있으며 3월부터 큰 폭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초 15만톤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5월 철근 수입량도 17만톤을 돌파했으며 6월 철근 수입량은 20만톤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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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철강신문
특히 수입 철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산 철근의 경우 오퍼 가격이 매월 큰 폭으로 상승하며 국내 철근 시장의 가격을 선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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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철강신문
7월 들어 일부 수입업체가 국내 유통가격을 인하하면서 국내 철근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지만 이번 가격 인하는 시황 때문이 아니라 현금 확보를 위한 할인 판매의 성격이 짙어 철근 가격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유통업계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계절적 성수기인 8~9월에 인도되는 물량인 7월 오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 예상돼 국산 철근 가격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철근 수입업체 관계자는 “현재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해 건설공사가 중단되면서 중국 내수 물량에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수출 가격은 수출국의 내수 시장이 아니라 수입이 이뤄지는 시장 상황에 맞춰 결정된다”고 말해 수입 철근 오퍼 가격의 급등 가능성을 언급했다.
■ 철스크랩 가격은 아직 죽지 않았다
현대제철 측은 지난달 27일 형강 가격을 인상하며 선철 등 스크랩 가격이 최대 200달러 이상 급등한 것이 인상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철근 역시 형강과 마찬가지로 철스크랩을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어 형강 가격 인상은 철근 가격 인상의 전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산 철스크랩 가격의 경우 6월 초 제강사들이 구매가격을 톤당 1~2만원 인하한 이후 톤당 64만원대에서 보합을 보이고 있다. 미국산은 MHS No.1 톤당 734달러(CFR), 일본산은 H2 톤당 711달러(FOB)를 유지하고 있다. 제강사들의 철스크랩 재고가 넉넉한 편이어서 철스크랩 가격 상승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러나 당초 최대 톤당 4~5에 이를 것이라는 국산 철스크랩 구매가격의 인하폭도 철스크랩업계가 예상한 톤당 1~2만원 수준에서 그치는 한편 현대제철의 7월 첫째 주 일본산 생철 구매가격이 7만7,000엔(FOB)에 달하는 등 일본산 철스크랩의 가격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어 철스크랩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제강사의 원가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전기료 인상도 무시 못해
철근 가격 인상의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는 하반기 전기료 인상이다.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 하반기 10% 이상 요금인상을 정부 측에 요구해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전기료 등 공공요금에 대해 정부도 올 하반기 중 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1일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에 따라 전기료 역시 인상 요인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전기료가 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기료가 철근 생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0%. 이에 따라 전기료가 한전의 요구대로 10% 이상 인상될 경우 철근 가격 인상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철근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 결국은 시기 문제 … 그러나 칼자루는 공정위?
가격 인상 여부에 관해 가격은 결국 인상될 것이라는 철근업계의 예상에는 이견(異見)이 없어 보인다. 다만 인상 시기가 언제인가를 두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철근 유통업계에서는 7월 중순경을 예상하고 있으나 7월말에 8월 가격 인상분을 합쳐 대폭적인 가격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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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철강신문
철근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제강사들이 철근 인상 여부를 두고 고심하는 이유가 정부 눈치를 살피고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아이스크림 담합의혹 업체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한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최근 나온데 이어 지난 6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라면업체들의 담합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제강사들이 섣불리 가격 인상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건설업계에서는 제강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인상하는 것과 업체별로 철근 가격이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어 정부 측에 담합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탄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 측도 제강사들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느 한 업체가 총대를 메고 나설 경우 다른 제강사들도 시차를 두고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심홍수기자/shs@snm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