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조업정상화, 노하우 체득이 키포인트
이처럼 현대제철의 상공정 확충, 즉 고로 상업생산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철강업계의 상하공정간 수급안정화를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다만 지금껏 포스코 주도의 판재류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물량 공급 외에 가격정책 역시 중요하다. 포스코의 조업 노하우에 당장 비견할 수 없어 롤마진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제철과 동부제철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열연시장에 진입하게 되지만 그동안 열연강판의 실질적인 독점공급자였던 포스코가 누려왔던 유무형의 초과이윤 창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원료 장기계약으로 인해 가격변동성이 적어지게 되지만 조업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기 때문에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조업안정화와 원가절감 노하우를 체득할 수 있는 지가 롤마진 확대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반면에 동부제철은 포스코나 현대제철과 달리 철스크랩을 투입하여 조강을 생산하는 전기로조강 방식이기 때문에 고로재와의 물성차이에 의한 단가 측면의 제약과 원재료인 철스크랩의 가격변동성으로 인해 안정적인 마진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한편으로는 단기 손익 측면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과 동부제철의 상업생산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는 각사 중장기적인 사업역량의 강화요인으로서 작용할 것이다.
반면에 고로업체로 탈바꿈하는 현대제철이 독자적인 가격정책, 예를 들어 수급상황을 고려한 월별 가격정책을 펼치게 된다면 기본적으로 연간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는 포스코와 달리 유연하게 마케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후판 후발주자로서 빠른 시장 정착이 중요
후판의 경우에는 현대제철은 가장 뒤늦게 시장에 진입하고 규모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빠른 시장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열연강판과 더불어 국내의 대표적 공급부족 품목인 후판의 경우 지난 수년간 국내 조선업계의 급성장으로 인한 수요량 급증에 따라서 공급부족 기조가 심화되면서 2008년의 경우 600만톤의 부족량으로 인하여 국내 수요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기도 했고, 지난해에도 10월까지 250만톤의 부족량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공급부족의 배경 하에서 기존의 양대 공급자인 포스코와 동국제강 및 신규참여자인 현대제철의 후판 생산설비 신증설이 진행되고 있으며, 동국제강이 2009년 10월의 완공 이후 시험가동 중에 있고, 현대제철은 12월부터 생산을 시작해 고로 1기 가동과 연계하여 4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7월 완공 예정인 포스코 광양 후판공장 신설까지 감안할 경우 총 500만톤의 후판 생산능력 증가하게 되는데, 국내 조선업계의 건조량이 과거와 같은 고성장세를 지속하기보다는 정체 기조를 보이고 있어 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서 내년부터는 국내 후판시장의 수급밸런스가 맞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제품별 시장 특성이 변모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이 가질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냉간압연 및 도금판재류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가 책임지고 있지만 적어도 2010년까지는 현대제철의 주력사업은 봉형강류라 할 수 있다. 판재류와 봉형강류의 적절한 프로덕트 믹스는 각각이 소구하는 수요시장이 다르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고로 3호기에 투자시기를 언제로 정할 것인지도 관심이 쏠린다. 이미 고로 2호기가 가동되는 2011년에 고로에서 연간 800만톤의 쇳물의 생산이 가능해지는 만큼 하공정과의 머티리얼 밸런스를 감안해 반 박자 빠른 투자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