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Super Spike' 학습효과

2008년 'Super Spike' 학습효과

  • 철강
  • 승인 2010.03.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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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정하영 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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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이춘(春來不以春), 봄이 온듯한데 여전히 춥고, 며칠 건너 폭설에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것이 요즘 날씨다. 그런데 국내 철강시장도 춘래불이춘이다. 분명 수요의 회복 기미가 보이기는 하는데 본격적으로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경기 움직임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워낙 바닥 폭이 깊었다는 점과 회복 속도가 더딘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철강시장도 비슷한 논리로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면서 철강시장, 특히 판재류 시장의 움직임이 영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이 선다.
무엇보다 통상 1~2월 수입량은 비수기로 연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해야 하는데 올해 1월 수입량은 전철강 기준으로 전월 대비 무려 35%가 늘어난 310만톤 정도를 기록했다. 2월도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2009년 월 수입 추이를 보면 최고 성수기인 9월과 10월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몇 가지 궁금 점들이 생긴다. 왜 이렇듯 비수기에, 수요도 아직 본격 회복되지 않았는데 수입량이 크게 늘어났을까? 또 3월 이후에도 이런 높은 수입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인가?
그 대답은 아마도 가격 상승 때문이요, 수입량 증가 현상은 계속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장 수급 왜곡 현상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미 국내 철강시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냉연판재류 부문에서 공급부족으로 인한 시장 왜곡 현상은 이미 본지에서 누누이 지적해왔다. 조사에 따르면 냉연 유통가공업체 10개 중 3개 업체 정도는 물량을 필요 이상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비축 현상이 단지 국내 제품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수입업체들도 일단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서 가격 인상 이후에 판매할 생각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결국 가격 상승기에 유통업체들이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 논리상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로 인한 시장수급 왜곡 현상이다.

최근 국내시장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공급부족 현상이 바로 이것 때문이라면 문제는 이미 상당히 커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지난 2008년 가격급등에 따른 엄청난 시장의 변화를 경험했다. 수퍼스파이크(Super Spike)라 불리는 가격 초강세 지속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그 충격이 컸던 만큼 시장 관계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학습효과를 주었음이 분명하다. 그 결과가 현재 국내 철강시장에서 비정상적인 재고비축, 수입시장의 비정상적 움직임을 낳고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아마도 2008년과 같은 가격의 지속적인 강세 현상이 재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학습효과로부터 유추된 현재의 선택이 악수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하튼 최근 시장이나 정책당국에서는 전혀 최근 시장 움직임에 대한 우려감이나 경고가 나오지 않고 있다. 종전의 학습효과 덕분에 이 정도는 별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들 정신이 딴 곳에 팔려있는 것은 아닌지, 적지 않게 걱정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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