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시장에서 패러다임(paradigm) 변화가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패러다임은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를 의미한다.
국내 철강시장의 기존 패러다임은 정부 주도의 기간소재 산업 육성전략에 따라 전형적인 상공정 부족에 따른 구조적 불균형과 주요 제품의 과점에 따른 공급자 주도시장(Seller ‘s Market)이다.
그러던 것이 얼마 전부터 상공정의 대대적인 확충에 따른 상하공정 균형 및 주요 품목에서의 국내외 공급자 증가가 현실화되면서 판매경쟁이 더욱 복잡화, 심화됐다. 특히 공급자의 다양화는 각 제조업체 간의 경쟁 촉진은 물론, 유통 진입장벽의 철폐를 의미하고 있다. 결국, 이는 경쟁 유통업체의 증가로 이어져 결국 판매경쟁을 더욱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 제조업체들은 유통경로 단축, 다시 말해 직거래 확대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 또한 유통시장을 더욱 복잡화,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경기순환 단축과 원료가격의 변동성 증가는 철강시장의 경기순환을 단축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정보의 대중화 및 시황 변화에 대한 동시다발적 대응은 또 다른 경쟁 심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새로운 철강시장의 패러다임은 바야흐로 시장경쟁으로의 진입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경쟁의 사전적 의미는 첫째 다수 판매자와 구매자, 둘째 상품의 동질성, 셋째 기업의 자유로운 진입과 퇴거, 넷째 완전한 시장정보라는 네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동안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 때문에 공급자 주도 시장에 머물렀던 국내 철강시장이 진정한 의미의 경쟁시장, 수요가 중심의 시장(Buyer’s Market)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차제에 최대 철강 제조업체인 포스코가 소속 유통 판매점인 열연, 냉연 스틸서비스센터(SSC)의 제품별 판매영역 구분을 없애는 조치를 단행했다.
다시 말해 그동안 열연판매점은 열연제품을, 냉연판매점은 냉연판재류를 취급해왔던 품목별 전문화 유통체계를 완전히 폐지하고 새로운 방식의 유통 판매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즉, 열연, 냉연제품 등 포스코의 모든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포스코강판과 포스코특수강 등의 제품까지 취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 진화를 결단한 것이다.
포스코의 이번 결정의 근간에는 결국 시장환경의 변화, 수요가의 요구(Needs)를 최우선으로 하는 전략으로의 변화다. 더불어 그동안 포스코가 궁극적 유통시스템으로 추진해왔던 유통 대형화 전략의 실행에 나섰다고 보아야 한다.
그동안 여타 철강사와 비교 시 ‘야생과 온실’로, 또 ‘판매가 아니라 분배’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포스코의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 수정이 전체 철강시장에 주는 의미는 참으로 적지 않은 것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