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혼다자동차에 기술지원 시스템 적용 사례
고객 니즈 부합한 신제품 개발, 실험 평가방법 오류 찾아 대안 제시
국내 철강시장의 변화에 따라 포스코의 마케팅이 변화하고 있다. 시장을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던 시각에서 과감하게 고객의 시각으로 돌린 것이 바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근간이다. 결국, 새로운 마케팅 전략과 활동은 고객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포스코가 ‘고객의 신뢰와 성공이 우리의 미래입니다’라는 마케팅 비전을 발표하고 혁신을 통해 상당수의 고객가치 향상 사례를 만들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일본 혼다자동차에 기술지원 시스템을 적용한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편집자 주>
◆ 새로운 자동차강판 개발 요청
혼다자동차는 글로벌 신차 개발계획에 따라 포스코에 새로운 제품의 개발을 요청했다. 그들이 요청한 것은 GA 590C 규격의 박도금(도금량30~50g/㎡)강판이었는데, AHSS급의 초고강도 규격도 아니고, 490DP 같은 독자적인 제품은 아니지만 이런 규격을 양산 공급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따라서 제품의 개발과 인증, 고개에 공급까지 1년 이상이라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했다.
이는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조관계 구축의 기회, 고객과의 신뢰관계 강화 측면에서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으나, 혼다자동차를 위한 단독 규격을 공급한다는 것은 적어도 그때까지는 효율성 측면에서 좋지 않은 선택처럼 여겨졌다.
포스코는 긴급히 그룹 내 제품개발 부분과, 연구소, 제철소 품질ㆍ생산 부분과 당시 상황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지만, 시간을 가지면 강종의 개발은 가능하겠지만, 고객사의 까다로운 도금량 조건, 인증평가 조건이 마음에 걸렸다.
제품개발을 결정하고 연구에 매달린 결과 고객사에서 요구한 제품의 설계가 끝나고, 시험생산이 완료됐으나 고객사의 평가시험에서 TS/YP 미달로 나타났다. 역시 한 번도 공급해 본 적 없는 혼다만의 강종을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결과였다. 2개월여의 추가 강종 개발을 위해서 서비스, 기술연구원, 품질기술부, 도금부 등 모든 담당자와 작업자들은 밤낮을 잊어가면서 개발과 평가에 몰두해 마침내 혼다의 요구를 만족할 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 혼다 품질의 벽에 걸리다.
포스코는 고객이 요구하는 기본 물성과 성분의 체계가 확립되었다고 자신했지만, 내식성, 인산염, 도장성, 용접성, 피로성, 내구성 등 엄격하기로 유명한 100여 가지가 넘는 혼다의 평가가 남아 있었다. 평가 매뉴얼만 30장이 넘었고. 매뉴얼 파악을 위해서만 열흘의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고객의 평가결과는 내식성 기준 미달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는 포스코가 분석하고 평가한 결과와는 상반된 것이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불합격된 소재부터 고객의 평가결과까지 자세히 분석해 한 가지 가능성을 찾아냈다. 평가과정에서 사람의 실수에 의한 영향은 없을까 하는 것이다. 내식성 시험은 시험편에 날카로운 칼로 선을 긋고, 염수를 뿌려 부식의 결과를 보는 시험이다.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를 연구한 결과, 사람의 손으로 평가한 방법의 문제를 찾아내고 혼다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충분한 검토를 마친 혼다는 고개를 끄덕였고, 새로운 평가방법을 고안하기로 합의했다. 2개월이 지난 시점. 혼다연구소의 독자적인 평가 방법과, 포스코의 독자적인 평가방법이 각각 개발되었으며, 양사의 평가 결과의 정합도 일치했다. 까다로운 혼다의 품질평가 기준을 포스코가 바꾼 것이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고객이 요구한 제품의 개발과 양산공급 평가까지 약 1년 2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혼다로부터 최종 인증 합격 통보를 받았고, 그동안 함께 고생한 모든 사람들 노력의 결실이 맺어지는 순간이다. 혼다에서 요구한 제품개발이 완료되니 전 세계 혼다자동차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또 다른 완성차에서도 개발된 제품의 문의가 이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기술의 혼다.’라는 고객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니, 시장 지배력마저 강화되는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고객가치 창출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는 고객에 대한 마음가짐과 서비스에서 생산까지 각 부서의 유기적 결합체인 제품개발ㆍ품질인증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