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앞에 기본도 무시한 日 철강사들

이익 앞에 기본도 무시한 日 철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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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2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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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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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주요 철강사들이 최근 H형강의 KS 규격 개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수입업체들을 위주로 일본산 H형강의 수입 필요성에 대한 여론조사에 나서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철강협회 KS표준심의위원회는 일본의 신닛데츠 등 철강사와 한국 측 대리인인 모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H형강의 KS 규정과 관련한 회의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일본 측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JIS규격 H형강이 사용상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관련 KS규정에 이를 추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이것이 쉽지 않으면 KS 예외 규정(수요가와 제조자 사이에 합의된 규격을 KS로 인정)을 삽입해 사용에 문제가 없도록 해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이와는 별도로 여론조사 기관을 동원해 JIS 규격의 일본산 H형강 사용이 아무런 문제가 없음은 물론 이의 수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수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닛데츠 등 일본 대형 철강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중·일 3국 간에 심화되고 있는 포성 없는 철강 무역전쟁을 그야말로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급능력 초과 상황에서 최소한의 가동률 확보가 생존을 좌우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내수 급감과 여타 지역의 수출 어려움으로 3국 중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어 이 같은 무리한 요구까지 하기에 이르게 되지 않았나 추정된다.

  하지만, 이번 일은 국가 간에 유사한 사례가 거의 없는 일로, 용인해서는 안 될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KS규격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제개정해야 하는 일인데 단순한 의견개진을 넘어 구체적 규격 제정 및 예외를 요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분명하다. 수출을 위해 관련 KS규격을 무의미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까지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여론조사 기관 동원은 수입 필요성에 대한 여론몰이로 타당성을 확보하는 한편, KS 개정 요구의 논리까지 확보, 활용하려는 뜻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연 일본 철강사들의 용의주도한 일 처리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으며 반대로 JIS 규격을 최대한 활용해 수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그들의 경우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여하튼 이번 일에 대해 우리 측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더불어 대리인으로 나선 한국 법무법인은 자신들의 행위가 대한민국 철강산업, 나아가 제조업 전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당연히 스스로 대리 업무를 포기할 것을 요청한다. 또한 여론조사기관 역시 좀 더 신중한 일처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일본의 철강재 수급 상황을 보면 대략 1억톤 정도를 생산해 4천만톤 이상을 수출하고 있으나 수입은 1천만톤에도 훨씬 못미치고 있다. 다시 말해 순수출이 3천만톤을 훌쩍 넘어선다는 이야기가 된다. 중국이 9억톤 생산에 4,800만톤 수출, 1,500만톤 수입으로 역시 비슷한 순수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생산 규모를 고려하면 일본의 순수출 규모는 너무 크고 그만큼 세계 철강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금 세계 철강시장은 공급과잉의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 규모의 30%를 훌쩍 넘어서는 순수출은 아무리 해외법인 수출을 고려한다 해도 너무 지나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스스로 자제할 필요성이 크건만 오히려 우리 시장에서 하는 행위는 반대로 가고 있다.

  며칠 전 일본 주요 철강사 고위 관계자들이 국내 냉연업체들을 방문, 가능한 많은 수입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최근 행동들을 고려할 때 국내 철강업체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는 명백하다.

  또한, 향후 국내 철강사는 기본을 무시한 일본 철강사들의 안하무인(眼下無人)격인  행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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