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임시변통(臨時變通)일 뿐인가?

변화는 임시변통(臨時變通)일 뿐인가?

  • 철강
  • 승인 2012.02.1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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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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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정환 기자
국내 철강시장의 패러다임이 구매자 중심으로 변화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구태의연한 밀(Mill)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아직도 공공연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터널이 길게만 이어질 것 같던 국내 철강 시황이 입춘을 지나면서 조금씩 봄바람을 타고 있다. 열연강판 실수요 업체를 중심으로 적정재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가격 인상 바람에 덧대 구매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월에 주요 열연공장의 수리가 진행되면서 수급 개선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해외시장의 경우 아직 시황이 완전히 살아났다고 볼 수는 없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회복이 가져다주는 상징적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시황이 아직 크게 움직이고 있지는 않지만 애초 우려와는 달리 긴축정책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국내외 환경 변화 때문에 열연강판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1분기 주문접수가 거의 마무리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할인도 점차 축소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처럼 시황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열연강판 제조사들이 “고객이 중심이다”고 외치며 코일 하나라도 더 팔고자 안간힘을 썼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은근한 고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주문이 늘면서 ‘롤(Roll)이 다 찬’ 상황이다 보니 고객사의 주문요구를 100% 들어주기는 어렵다. 무턱대고 요구 사항을 다 들어주는 것은 고객사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 열연강판 고객사들이 불만을 느끼는 것은 그동안 제조업체 모두가 마케팅 변화를 외쳤지만 정작 시황이 살아나려 하니 과거의 구태가 다시 드러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근 정부 관계자는 “철강산업은 다른 산업과는 달리 특이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서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시장논리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아직도 배급자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는 소리다.

  영업이라는 것이 시장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그보다 큰 의미를 지닌 마케팅의 원칙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 시황에 따라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면 ‘마케팅 변화’는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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