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양그룹, 철광석 공장 건설 후 한 푼도 못 받아”

“시양그룹, 철광석 공장 건설 후 한 푼도 못 받아”

  • 철강
  • 승인 2012.08.0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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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전민준 mjje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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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건설 후 북측 태도 돌변

  중국 500대 기업 중 하나로 굴지의 마그네사이트 가공회사인 랴오닝(遼寧)성 시양(西洋)그룹이 북한 황해남도 옹진군에 있는 옹진철광에 2억4,000만위안(약 430억원)을 투자해 철광석 선광(選鑛) 공장을 건설했지만, 투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당하고 쫓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시양그룹은 이달 초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와 블로그 등에 올린 '시양그룹 북한 투자의 악몽'이라는 글에서 "4년여 동안 갖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지난해 7월 3만여t의 철광석 분광(粉鑛)을 생산하는 데 성공한 직후, 북측이 갖가지 트집을 잡아 계약을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시양그룹이 대북 투자를 결정한 것은 2006년 10월이었다. 철 함유량이 14%에 불과해 제철소 공급이 어려운 이곳의 철광석을 가공해 함유량 60% 이상의 고급품으로 만드는 선광 공장을 차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북한 영봉연합회사와 합작 회사를 설립했다. 시양그룹이 설비와 자금을 대고, 북한 측은 토지와 광산을 현물로 출자해 각각 75%와 25%의 지분을 갖기로 했다.

  그러나 전력과 용수, 도로 등 기반시설이 전무한 데다, 계약 당시와 달리 북한이 2008년 자원세를 25%로 대폭 인상하자 2009년 북한에 기존 투자금을 포기하고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북한은 이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의로 '당초 계약대로 조건을 이행한다'는 53호 문건을 내밀며 시양그룹을 붙잡았다.

  문제는 시양그룹이 지난해 4월 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시제품을 생산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3개월여에 걸친 조업 끝에 철 함유량이 67%에 이르는 고급 분광 3만t가량을 생산하는 데 성공하자, 북측 태도가 돌변했다.

  북측은 지난해 9월 ▲북·중 근로자 동일 임금 ▲토지 임대료와 공업용수 사용료, 자원세 부담 ▲오·폐수 배출 금지 등 16개 항의 새로운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시양그룹이 이를 거부하자 계약을 파기했다.

  시양그룹은 폭로 글에서 "중국 기술자 없이 북한 근로자만으로도 분광을 생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당초 북측이 부담하기로 한 부분까지 떠안기면서 우리를 쫓아냈다"고 주장했다. 시양그룹은 생산시설 보호를 위해 100여명의 직원 중 10명을 현지에 남겼지만, 북측은 올 들어 단전·단수 등의 조치를 취하며 압박하다 이들까지 모두 추방했다.

  시양그룹은 기반시설과 공장 건설 등에 투자한 2억4000만위안 외에 합작 파트너인 영봉연합회사 책임자인 이성규에게 합영회사 설립 수속비, 접대비, 출장 경비 등의 명목으로 80만달러(약 9억원)를 뜯겼다고 밝혔다.

  시양그룹은 글 말미에서 "북한 투자는 한바탕 악몽이었다. 지난 4년간 북한을 접촉하면서 그들이 사기꾼이자 강도라는 사실만 분명히 알게 됐다"고 썼다.

  시양그룹은 마그네사이트 가공, 비료, 철강 등에 걸쳐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랴오닝성의 대기업으로 2009년 기준 매출 규모는 190억위안(약 3조4000억원)이다. 창업주인 저우푸런(周福仁·61) 회장은 중국 500대 부호 리스트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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