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까지의 올해 철강재 수출입 상황을 보면 그런대로 긍정적이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16만톤 줄어든 491만톤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입이 무려 13.4%, 47만톤이나 더 크게 감소한 303만톤에 그쳐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수출에서 수입을 제한 순수출량은 지난해 157만톤에서 188만톤으로 31만톤이나 늘어났다. 그만큼 공급 과잉에 의한 압박이 수출입에서 다소간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도 지난 2월까지는 전반적으로 수입재에 의한 시장 혼란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그런데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여전히 철강재 수출입 시장의 난맥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수출 측면에서 중국으로의 수출이 6.5% 증가하는 등 중국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반면 대(對) 일본 수출은 무려 11.2%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에서도 중국은 5.3% 감소했으나 일본은 4.0%에 불과했다. 결국 중국의 춘절을 앞둔 일시적 시황 개선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양적 완화에 따른 엔(¥)저 현상이 수입 증가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품목별로는 대부분의 수출이 감소한 반면 냉연판재류와 강관만 증가했다. 반대로 수입은 역시 열연강판과 냉연강판(CR)만 큰 증가율을 보였다.
수입이 증가한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의 경우 모두 일본산 수입 증가가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만큼 엔화 환율 상승과 이를 이용한 일본 철강사들의 저가 공략이 먹혀들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최근 시장에서는 일본산 철강재 수입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열연강판의 경우 이미 2월까지 일본산 수입 증가가 아주 두드러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난 2월까지 전체 수입은 크게 감소했지만 일본산은 일부 품목에서 수입이 증가하면서 향후 수입 증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열연강판에서 이러한 경향이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열연강판은 양적으로 대부분 국산 공급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단일 품목으로 부동의 최대 수입 품목이다. 올해도 열연강판 수입은 2월까지 98만톤으로 100만톤에 육박했다. 이 중 일본산이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의 2배 수준이다.
3월에도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엔저 현상에다가 그들의 수출 의지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열연강판은 소재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주 수요가도 냉연판재류 및 강관 제조업체다. 최근 일본 2대 철강사인 JFE스틸 사장이 국내 철강사들을 방문한 것도 다분히 수출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일이다.
현재와 같은 공급 과잉 시대에 우리 철강업계에 주어진 가장 큰 관건은 여하히 국내 수요를 확보, 유지하고 수출을 늘리느냐로 집약된다. 이러한 시기에 국내 철강제조업체가 일본산 수입을 주도하는 것은 좋지 않은 모양새다. 철강업계 전체가 이 문제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하고, 좀 더 신중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