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투자 확대 … 후판 투자의 빛과 그림자

대기업 투자 확대 … 후판 투자의 빛과 그림자

  • 철강
  • 승인 2013.05.0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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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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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릴 모양이다. 전경련이 금융업을 제외한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13.9% 증가한 129조7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사실 연초까지만 해도 기업들의 투자 계획은 예년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대내외 경제 환경이 불확실해 투자 확대는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것이 4월 이후 신(新) 정부가 체제를 갖추고 투자를 본격적으로 독려하고 나서자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당진제철소 및 인근에 특수강, 철분말 등 무려 1조2천억원의 대형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또 규제 완화 덕분에 에쓰오일은 공공기관 보유 산업단지에 공장 증설이 허용됐고 SK그룹은 일본 기업과의 합작 투자가 가능해졌다. 정부의 의지와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 결과 최근 수년간 상당한 어려움에 처한 철강 업계로서는 마냥 반가워만 할 수 없는 일이다. 바로 대규모 증설 후 공급 초과로 가장 어려운 처지인 후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규모 일관제철소 건설과 함께 연산 180만톤의 후판 투자를 결정했던 현대제철은 예외로 하더라도 포스코가 광양에 250만톤, 동국제강이 당진에 150만톤의 투자를 2009년~2010년에 걸쳐 완료했다. 국내 후판 생산능력은 단숨에 무려 809만톤에서 1,389만톤으로 580만톤이나 증가했다.

  포스코나 동국제강의 후판 투자 동기에는 정부의 생산능력 증강 요구가 있었다. 조선용 후판 수요가 급증하면서 후판 확보가 어려워진 조선사들의 요구를 정부가 가감 없이 해당 철강사들에 전달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후 중국의 후판 생산능력 대폭 확충, 그리고 세계적 조선 수요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후판은 지금 가장 공급 과잉이 심한 품목으로 전락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조선사 주도로 후판 수입량이 오히려 증가함으로써 이같은 상황이 초래됐다. 정부 역시 투자 종용에도 불구하고 수입 증가를 방관함으로써 후판 가동률 확보가 어렵게 됐다.

  물론 기업의 투자는 궁극적으로 해당 기업의 판단과 책임이다. 그러나 이번 후판 투자의 경우에는 정부가 과연 어떤 존재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일이다. 또한 공급 과잉을 업고 수입재를 활용해 가격 인하에만 몰두하는 조선사들의 행태는 그야말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최우량 기업인 동국제강이 지난해 적자 전환한 것도 대부분 후판 탓이다. 그런 동국제강이 최근 포항공장의 2개 후판 설비 중 연산 100만톤 설비를 인도네시아에 매각했다. 기업이 설비를 매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식을 잃는 것과 같은 아픔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아픔의 근인(根因)에 정부가 끼어 있다면 이는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동국제강이 올해 1분기 흑자로 돌아섰음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올해 적극적인 투자 확대에 나선 대기업들 역시 후판 투자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주도면밀한 투자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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