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 다시는 휘둘려선 안 된다

포스코 회장, 다시는 휘둘려선 안 된다

  • 철강
  • 승인 2013.11.20 06:50
  • 댓글 0
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강업계는 물론 재계 안팎에서 설왕설래하던 포스코 정준양 회장이 드디어 사의를 표명했다.
정 회장은 15일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에게 회장직 사의를 밝히고 이사회를 중심으로 회사가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퇴 표명의 배경에 대해 외압이나 외풍은 없었으며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와 소문이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포스코가 세계 철강업계에서 가장 우수한 성과를 올렸지만, 글로벌 무한경쟁 속에서 미래 세계 최고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으로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도 정 회장의 사퇴 이유를 정치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전 정권에서 출발한 회장을 그냥 둘 수 없다는 것이 현 정권 실세들의 속내라는 것이다.

  결국 정권 교체와 함께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대한민국 대표 민간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 회장이 바뀌는 일은 이제 당연한 일처럼 돼 버렸다. 민영화 이후에도 유상부 회장이 그랬고, 이구택 직전 회장도 같은 이유로 퇴진했으니 말이다.

  민간 기업의 CEO를 정부가 나서서 좌지우지하는 것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큰 문제다. 포스코는 이미 외국인 지분이 절반이 넘는 세계적 기업이다. 시가 총액으로 세계 철강업계 2위이며 경쟁력은 세계 1위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CEO 중 임기를 제대로 마친 사람이 없었다.

  정치적 이유로 회장이 바뀐다면 포스코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아줄 이는 아무도 없다.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외국계 평가기관이 포스코의 기업평가, 특히 경영 자율권에 대해 평가를 포기했다는 후문이 나올 정도다. 그야말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포스포 회장의 거취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후임으로 자천타천 십여 명의 하마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본인은 물론 회사 임직원들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거의 불가능해 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계 철강업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생존을 위한 긴박한 경쟁에 내몰려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 정부가 기업을 도와주기는커녕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차원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 몰상식이 현실이 됐다. 그야말로 국내 철강업계의 리더인 포스코가 이런 환경에서도 현재까지 버텨주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정 회장이 아무리 자신의 판단이라고 사퇴의 변을 설명해도 정권의 개입은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정권의 포스코 회장 개입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아니 이번을 기회로 포스코 스스로 절차적 정당성과 정통성을 확보한 회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이요 지금까지의 잘못을 변제받는 길이다.

  또 포스코 자체도 주인답게 수장을 선임하고 지켜나갈 제도적 장치와 전통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회장은 내부가 되었던 외부 인사가 되었던 철강산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애정과 이해를 가진 이가 선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현재와 같은 위기,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포스코의 경쟁력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