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환경 정책, 산업 경쟁력 죽인다”

“강도 높은 환경 정책, 산업 경쟁력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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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1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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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진철 jcpar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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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산업 경쟁력을 고려한 환경 정책 방향’ 보고서

  주요 국가가 자국 여건을 충분히 고려한 환경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규제 중심의 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어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최근 ‘산업 경쟁력을 고려한 환경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처럼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 관리법 등을 시행했다. 더불어 내년부터는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 등도 시행을 예정하고 있어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의 기술 수준, 정책 여건 등을 고려해 환경 규제 강도를 설정한 주요국들의 움직임에 반해 우리나라의 노력은 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등 온실가스 감축 기술에 경쟁 우위가 있는 EU는 국가 단위 배출권거래제를 선제적으로 시행한 반면 미국, 일본 등은 시범사업 수준의 지역 단위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며 배출권거래제가 자국의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검토 중이다. 미국과 일본은 화학물질 관리제도도 EU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수준의 규제를 시행 중이다. 이는 EU가 2005년부터 주요 제품군에 대해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2007년 규제 도입 당시 이미 기업이 규제 대응 능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모든 신규 화학물질 및 연간 1톤 이상의 기존 화학물질에 대해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어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 대비 규제 수준이 강한 편이다.

  보고서는 또 자국 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환경 규제를 독자적으로 시행해 우회적 보호무역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해외 환경 정책을 벤치마킹할 경우 도입 배경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의 근간인 프랑스의 보너스-맬러스(Bonus-Malus) 제도다. 이 제도 도입 당시 프랑스 자동차 산업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디젤 엔진과 소형차 제작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2008년 CO2 배출량에 따라 부담금을 징수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해 자국 완성차 업체들을 보호하면서 자동차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었다.

  보고서는 “특히, 기후변화 대응 규제는 EU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등 국내 특수성을 고려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현행 배출권거래제는 EU 대비 규제 대상 섹터 및 온실가스의 범위가 더 넓고 간접 배출을 포함하는 등 규제 강도도 높다. 보고서는 이에 배출권거래제와 경제정책과의 정책 일관성 및 균형성을 고려해 주관 부처를 통합관리가 가능한 국무조정실 또는 경제부처로 이관하는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더불어 보고서는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친환경 기술 개발 및 설비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녹색성장 정책 기조 아래 확대됐던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 예산은 2015년 7,798억원으로 2011년 1조3억원 대비 22.3% 대폭 축소됐다.

  전경련 유환익 산업본부장은 “새 정부 들어 친환경 기술 개발을 장려하는 지원책은 줄고 있는 반면, 배출권거래제 등 규제 법안만 강화돼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규제보다 친환경차,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를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환경 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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