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 ’원가회수율’ 109%…가격 인하 당위성 입증

산업용 전기 ’원가회수율’ 109%…가격 인하 당위성 입증

  • 철강
  • 승인 2016.07.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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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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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硏 조사자료…산업계가 韓電 배불린 꼴
공급비용 감안 시 주택용 전기요금보다 비싸
연료탄ㆍ원유價 하락에도 전기요금은 ‘요지부동’

  지난해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이 109%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와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당위성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이 100% 내외인 가운데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이 약10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의 총괄원가 구성은 일반기업의 원가에는 포함되지 않는 법인세와 적정투자보수 등 이익이 포함된 개념이기 때문에 원가회수율이 90% 이상이면 흑자를 달성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한전은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지난 2012년 이후에 용도별 원가회수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국책연구기관을 통해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이 109%라는 점이 밝혀짐에 따라 한전이 산업용 전기를 판매하면서 커다란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한전이 지난해 사상 최고인 11조3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계가 한전의 배를 불리는 데 크게 기여한 셈이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원가에는 이익과 법인세까지 전부 포함해 산정하기 때문에 원가회수율이 100%를 넘어가면 가격을 인하해서 100% 정도에 맞춰야 한다”면서 “산업용 전기요금 특혜 시비가 있기도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원가회수율을 보면 오히려 산업계가 더 큰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고 설명했다.

▲자료 : 전국경제인연합회

  정책적으로 낮은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농사용, 교육용, 가로등용을 포함하고도 전체 원가회수율이 100% 수준이라는 것은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이 그만큼 높다는 점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철강을 비롯한 산업계는 전기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지난해 석탄,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여 전력생산 단가가 하락했지만 전기요금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참고로 지난 3월 기준 도시가스요금은 유가 하락분을 반영하여 2014년 말과 비교해 34.6%가 인하됐지만 전기요금은 아직 그대로다.

  올해 들어서도 발전용 연료탄 가격이 지난해보다 낮아져 전기요금 인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정부와 한전에서는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용뿐 아니라 일반용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낮아져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용 전기요금이 무조건 싸다는 일반적인 시각도 잘못됐다. 최근 숭실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다른 용도의 전기요금에 비해 공급비용이 22.2원/kwh 저렴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전기요금 평균단가는 주택용 125원/kwh, 산업용 105원/kwh이지만 공급비용이 저렴한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인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는 127.2원이어서 주택용보다 비싸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도 산업용 전기요금 특혜 논란은 국정감사 시기만 되면 되풀이 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단순히 판매단가만 비교하면서 산업계가 특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잘못된 주장이 통상문제로도 연결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10월 미국 노스웨스트파이프 등 8개 철강사들이 국산 라인파이프 제품에 대해 한전이 낮은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해 한국의 철강업계에 부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상계관세를 부과해 달라고 미상무부와 미 국제무역위원회(ICT)에 제소한 바 있다. 당시 무혐의 판정을 받았지만 최근 있었던 SSS(Steel Success Strategy)에서 미국이 모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근거로 다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철강을 비롯한 국내 주력 수출 제조업 대부분이 장기불황 및 가격경쟁 격화로 생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기요금 경감으로 수출경쟁력을 지원하는 정책도 요구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월부터 기업 원가절감 지원을 위해 전기요금을 인하했는데, 이로 인한 중국 기업들의 원가부담이 연간 680억위안(약 12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2005년 이후 10년간 산업용 전기 요금을 76% 이상 높아지기만 했다.

▲ 자료 :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추면 대기업만 혜택을 본다는 것도 잘못된 인식이다. 중소기업청에서 제조업 근간인 뿌리기업 2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전기요금 상승 부담′을 경영 애로사항으로 꼽은 기업이 27%에 달했다. 뿌리산업 중에서 열처리업종의 전기요금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6%에 달하고 주조와 소성가공도 16%, 14.5%인 것으로 조사돼 중소기업일수록 전기요금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화공단에 위치한 열처리 전문기업 A사의 한 임원은 “전기요금은 여러 차례에 걸쳐 올랐지만 가공단가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고 인건비는 되레 올라 회사를 꾸려나가기가 정말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브렉시트로 인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국내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정부는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금도 부담이 큰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정한 수준으로 낮춰 수출기업의 원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경제ㆍ산업계의 주장에 정부가 화답해야 할 때가 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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