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섞인 라디오, 옛 가요, ‘입정동 철공소 골목’

잡음 섞인 라디오, 옛 가요, ‘입정동 철공소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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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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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송규철 gcso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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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반 가공, 밀링 가공, 각종 금형 등 가공 전문가들의 집합소
철강,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동 등 다양한 소재 다뤄

재개발 추진, 세입자 대책 수립 중요

 문래 철공 공단을 자주 드나드는 기자에게 한 업체 관계자가 물었다.

 “입정동 가보셨어요?”

 철공소들의 더 오랜 과거를 보고 싶다면 입정동에 가보라는 말이다.

 입정동(笠井洞)이라는 이름은 갓(笠)을 만드는 장인들의 집에 우물(井)이 있어 ‘갓방우물골’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입정동 철공소 골목에 가기 위해 을지로 3가역 6번 출구로 나갔다.

▲ 을지로3가 6번 출구

 볼트 업체, 철물점이 간간이 보이지만 타일(tile) 판매점, 유리 판매점 등도 많아 철공소들이 밀집한 곳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반신반의하며 좌측 골목길로 들어선 기자의 눈 앞으로 낯선 세계가 펼쳐졌다.

▲ 입정동 골목1
▲ 입정동 골목2

 낡은 간판에는 ‘선반’, ‘밀링’, ‘금형’ 등의 글씨가 빼곡히 써 있었다.

▲ 입정동 골목3
▲ 입정동 골목4

 골목으로, 골목으로 찾아 들어갈수록 금속이 녹는 매캐한 냄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 노래들과 함께 1960년대의 철공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안 있어 손으로 쓴 간판들은 기자를 과거로 안내했다.

▲ 입정동 골목5
▲ 입정동 골목6

 기계 부품을 수리하던 한 기능공은 사진 촬영 요청에 멋쩍은 미소를 짓고 다시 불꽃을 일으켰다.

▲ 입정동 철공소 골목에서 한 기능공이 기계 부품을 수리하고 있다.
▲ 입정동 철공소 골목의 용접공

 시간이 머문 듯한 골목을 탐험하다가 ‘시보리’라는 간판의 철공소 앞에 홀린 듯 멈춰섰다.

 대체 ‘시보리’가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기능공은 “강판, 알루미늄판, 동판 등을 가공해 전등갓 모양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입정동 철공소 기능공의 ‘시보리’ 모습
▲ ‘시보리’로 완성한 제품을 들고 있는 기능공

 10분 넘게 제품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아무리 자동화가 이루어져도 기계가 저 장인의 솜씨를 넘어서는 일은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현재 입정동 철공소 골목에서도 재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관리의 효율성, 위생적인 환경 등을 위해서 재개발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이지만 철공소 사람들은 세입자 보호 대책조차 마련되지 않은 현실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 세입자 대책이 준비되지 않은 재개발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

 역사가 있고 기술이 있고 삶이 있는 입정동

 이러한 입정동을 ‘대상’과 ‘실행’의 공식으로 재개발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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