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1고로의 상징성은 살려야 한다

포항1고로의 상징성은 살려야 한다

  • 철강
  • 승인 2017.01.1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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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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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강인들은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임직원들과 용광로 앞에서 두 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부르고 있는 사진을 적어도 1~2번씩은 보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쇳물 생산에 성공한 감격에 포항제철소 1고로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1973년 6월 9일이었고 우리는 매년 6월 9일을 철의 날로 정해 기념해 왔다.

  철강인들의 가슴 속에 새겨진 그 포스코 포항 1고로가 종풍(終風, 고로의 불을 끄는 것, 즉 가동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소식이다.

  실로 만감(萬感)이 교차하는 일이다. 
  포항 1고로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을 태동시킨 핵심 설비다. 전 세계가 안된다 했지만, 대일 청구권 자금과 ‘우향우 정신(제철소 건설에 실패하면 우향우해서 동해에 빠지자는 의미)’과 같은 불굴의 의지로 제철소를 건설해냈다. 그것이 바로 포항 1고로다. 나아가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세계 5위 철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밑거름이 된 설비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근간(根幹)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철강은 곧 ‘산업의 쌀’이기에 1970년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 역할을 해왔다.

  자동차, 조선 등 한국 경제가 성장을 거듭해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그 뿌리에 바로 포항 1고로가 존재한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가 고로 대형화를 통해 생산능력 확장과 효율성 제고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형 고로인 포항 1고로의 지속 여부를 검토하게 됐고 폐쇄까지 고려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포항 1고로 폐쇄 검토의 속사정은 노쇠나 효율성 문제가 아닌 상하공정 불균형이 주된 요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포스코 고로들의 조업 효율성을 나타내는 출선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는 평균 2.2T/D·㎥(고로 내용적 1㎥당 1일 2.2톤 생산) 정도로 조정해 생산 중인데 포항 1고로는 아직도 충분히 그 이상의 출선이 가능하다.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추진해온 고로 대형화로 인해 쇳물이 크게 남아도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광양 5고로에 이어 이번 포항 3고로 확장으로 250만톤 정도 쇳물 생산이 늘어나는 반면 이를 소화할 하공정 확대는 미미한 탓이다.

  외부적으로는 세계적 공급과잉 속에 포스코의 고로 확장을 증산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특히 정부도 후판과 강관 등을 공급과잉 품목으로 지정하고 설비조정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어 포스코로서도 외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런 내외부 사정으로 인해 포항 1고로 폐쇄 검토가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포항 1고로가 갖고 있는 상징성은 부디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진정한 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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