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②]용접협회 민영철 회장, “용접사 권익 신장 위한 정책 시급”

[신년인터뷰②]용접협회 민영철 회장, “용접사 권익 신장 위한 정책 시급”

  • 철강
  • 승인 2017.01.2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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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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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기업만 보지 말고 중소기업 육성 위해 실질 대책 내놔야”

대한용접협회 민영철 회장. 정수남 기자

최근 외국 방송에서 한국의 경우 용접기술을 배워 선진국으로 이민을 가려는 고학력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 3D(어렵고,더럽고,위허만) 업종으로 분류되는 용접이지만 선진국에서는 고급기술자로 대우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용접사의 경우 국내에서도 급여 자체는 후한 편이다. 비슷한 급여 수준이라면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가려고 하지 않겠지만, 국내의 경우 용접 등 뿌리 기술인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홀대받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단순히 많은 급여 때문에 용접 이민을 선택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부터라도 용접사들의 권익 신장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현재 청년실업 문제와 뿌리산업 육성이라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대한용접협회 민영철 회장은 17일 본지를 만나 이같이 밝혔다.

S&M 미디어의 뿌리뉴스팀이 신년을 맞아 뿌리업계 대표 단체장과 주요 업체 대표 인터뷰를 잇달아 갖는 자리에서다.

이날 본지는 민영철 회장과 서울 금천구 협회 사무실실에서 업계 돌아가는 이야기 등을 나눴다.

-최근 경제상황이 매우 어렵습니다. 용접업계의 경우 올해 산업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전반적으로 조선 수주가 줄다 보니 조선업계 관련 일감은 많이 감소했습니다. 다만, 올해 에스오일이 3조원, 내년에 SK이노베이션이 3조원을 각각 투자하는 등 석유화학과 플랜트 관련 일감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에서는 조선 불황으로 용접업계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용접 관련 기능시험 중에 노르웨이와 미국이 주도하는 AWS 선급시험 이라는 게 있는데, 이산화탄소 용접이 70%, 아크용접과 티그용접이 30% 가량 되는 시험입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조선용접이 가장 어렵고 비중도 높다고 생각하는데 조선용접은 중급에 해당하는 기술이고, 플랜트는 상급에 해당하는 기술입니다.
조선 수주가 줄면 일감이 줄기는 하지만 상급 분야인 플랜트는 일감이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용접업계의 경영 상황은 다소 호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용접은 최근 불황과는 거리가 멀죠. 조선 침체로 다소 일감이 줄기는 했으나, 침체까지는 아닌거죠.

-경영 애로가 없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그건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판로를 확보하는 것인데요, 조선 불황 등으로 국내 수요가 늘기 힘든 상황에서 어려움을 타개하려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 합니다. 이게 쉽지가 않네요. 여기에 최근 중국산 저가 용접봉을 사용하는 수요처가 크게 늘고 있어, 국내 용접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올해 용접협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사업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우선 용접분야에 신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회원사들의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할 계획인데, 이는 내수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협회는 올해 중국 업체들과 기술협력 사업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는 주로 일본의 기술을 도입하는데 중국은 유럽의 기술을 수용하거든요. 이를 감안할 경우 상호 기술협력을 진행할 경우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이외에도 용접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 향상을 위해 10월 ‘제 2회 레이저·용접산업전’을 비롯한 각종 전시회를 활성화 하는데 협회 차원에서 전력을 기울일 방침입니다.

민 회장은 對국민 용접 인지도 확대를 위해 10월 고양시 킨텍스에서
레이저·용접 산업전을 개최한다.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는 풍조로 용접업계 인력난도 심화되고 있는데요.
▲최근 용접기술을 배워서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 이민을 가려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용접 자체가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업종인데 젊은이들이 정말 힘든 일을 기피한다면 용접이민을 갈까요? 절대 그렇지 않을 겁니다.
뿌리업계의 인력난은 사회적인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용접 등 뿌리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여전히 선진국 의식보다 뒤떨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해결책이 있을까요.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뿌리인의 사회적인 위상을 높이면 되는 거죠. 하루 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용접사들이 많은 급여를 받는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단순히 많은 급여 때문에 젊은이들이 이민을 가려는 것이 아닙니다.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은 용접사들의 권익이 잘 보장돼 있고, 여러 가지 복지정책도 잘 구축돼 있습니다.
국내 뿌리업계, 특히 용접업계의 인력난은 돈만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다는 거죠?
우선 용접사들의 권익 신장이 필요합니다. 국내에서는 용접기사 자격증이 있어도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실제 울산과 같이 용접수요가 많은 곳에서는 자격증이 아니라 자체적인 기준으로 A, B, C로 나눠 용접사들의 기술수준에 등급을 매기고 있습니다. 관급공사에서도 용접기사 자격증은 서류통과용일 뿐이고요.
정부가 만든 자격증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용접사의 권익이 신장은 요원한 거죠.
반면, 선진국의 경우 IIW에서 주관하는 용접자격증을 모두 인정합니다. 이로 인해 국적인 용접사들이 외국에 나가면 해당 국가에서 자격증을 다시 취득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용접 관련 교육도 문제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비위생적인 아크용접보다는 깔끔한 티그용접이나 이산화탄소용접을 선호합니다. 용접 자세도 어느 특정 자세만 배우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산업현장에서 적용하기가 어렵고요.
다행히 최근에는 용접학원이나 교육기관에서도 현장 위주의 실습을 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정부의 뿌리산업 진흥정책은 어떤가요.
▲정부가 뿌리산업 진흥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정말 현장을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은 실제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뿌리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말로만 뿌리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실제 정책들은 대기업 위주인 경우가 많고요.
용접기 제조업체는 모두 중소기업이지만 정부에서는 용접기 제조산업 육성이나 연구개발에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인력정책, 연구개발(R&D) 정책, 산업정책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합니다.
정부가 진정으로 뿌리산업 육성의 의지가 있다면 용접사의 권익 신장을 비롯한 인적자원 육성에 장기적 투자를 하면서 자격증제도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 신규 시장개척, 금융지원 등을 통합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내 뿌리산업이 세계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거든요.

민 회장은 뿌리산업 관련 단체와 정부기관들이 보여주기식의 대책을 내놓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용접사들의 권익 신장이 젊은이들을 산업 현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용접업계 몸담은 지 올해로 24년째인 민 회장은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체와 협회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한국생산기술연구원·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등과의 간담회, 해외시장 개척, 교육기관과의 협력사업 등을 왕성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 회장은 대(對)국민 용접 인지도 확대를 위해 10월 경기도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킨텍스)에서 레이저·용접 산업전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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