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그리스행 급행열차를 탈 것인가
남미·그리스행 급행열차를 탈 것인가
  • 정하영 편집국장
  • 승인 2017.02.0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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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포퓰리즘 극복해야

올해는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맞은 지 20년째 되는 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외환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새해 벽두부터 한국경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한국이 쫓아가고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다름 아닌 바로 그 IMF(국제통화기금)가 보낸 경고다. IMF는 지난 18일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20년 전의 일본을 매우 닮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표한 ‘한국이 직면한 도전-일본의 경험에서 배우는 교훈’이란 보고서가 그것이다.

한국이 일본과 인구통계, 잠재성장률, 자산 가격, 물가상승률 등에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일본은 구조개혁과 부채 조정을 미루다 자산 거품이 터지면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깊은 침체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한국이 약 20년의 격차를 두고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생산가능 인구(20~60세) 비율이 올해 66.5%로 정점을 찍은 뒤 20년 이내에 56%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1995년 63% 정점에서 2015년 56%로 떨어졌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노동생산성까지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1991년 8%에 달했다가 2015년 3%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은 1980년대 4% 대에서 2000년대 1% 이하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두 나라가 비슷하다. 우리의 임시직 근로자 비율은 2014년 22%로 OECD 평균의 두 배다. 일본의 비정규직 비중도 1990년대 초반 20% 대에서 최근에는 40%까지 높아졌다. 노조의 기득권 사수와 그에 따른 비정규직 급증은 노동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

그런데 IMF의 경고에 직면한 우리의 위기감은 더욱 크다. 대외 불확실성, 불안한 경제지표, 정치 혼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고 모두 해결이 쉽지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일본식 장기침체 정도에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극단적인 정치혼란과 그에 따른 사회 분열과 반목, 대립은 거의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일본 역시 총리 재임기간이 평균 30개월에 그칠 정도로 정치적 혼란을 겪었지만 우리처럼 극단적인 혼란은 아니었다. 우리는 지금 당시 일본보다도 훨씬 심각한 정치 사회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나선 대선주자들은 대부분 포퓰리즘 일색이다. 미래를 위한 성장과 경제 활성화를 말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남미와 그리스의 국가부도는 바로 퍼주기 식 포퓰리즘으로 인한 재정파탄 탓이었다. 지금 우리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 기업규제와 복지, 분배 우선주의는 포퓰리즘 그 자체다. 나라 곳간을 채울 방법은 염두에 두지 않고 인기 영합성 지출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리스로, 남미행 급행열차를 타자는 것과 다름 아니다.

IMF는 한국이 일본을 쫓아가지 않기 위해서 기업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개혁, 부채 감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잃어버린 20년의 직접 원인이었던 자산, 부동산 거품이 꺼지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모두 우리가 지금까지 필요성을 느끼고 추진해온 것이지만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들이다. 정부의 의지와 추진은 있었으나 국민적 합의와 양보를 이뤄내지 못한 탓이다. 국민의 뜻을 가장한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결정적 걸림돌이 됐음은 물론이다. 기존에 추진했던 정책들만 제대로 해도 일본이 겪었던 시련을 피해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사회경제적 비효율성을 없애고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다만 사욕(私慾)과 집단이기주의, 정치 포퓰리즘을 구분히고 거부할 수 있는 국민들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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