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도금공장 유출 무수크롬산, 기화 가능성은 거의 없어

수원 도금공장 유출 무수크롬산, 기화 가능성은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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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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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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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 전문가들 "기화 가능성 거의 없어"...안전불감증 도금업계에 눈총

한 도금업체의 부주의로 인해 발암물질인 ‘6가 크롬’ 화합물인 무수크롬산(CrO3) 수용액(水溶液)이 수원 영통구 신동에 유출돼 토양이 오염됐다는 보도가 나와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화학물질 전문가들이 “무수크롬산이 기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소견을 밝히고 나섰다.

무수크롬산은 지난 3월 30일 유출 장소 바로 옆에 있는 도금 공장에서 유출됐다. 공장 측은 폐수 탱크를 옮기다가 탱크 파손으로 무수크롬산(CrO3) 수용액 일부가 유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6가 크롬은 주로 도금공정에서 무수크롬산이나 크롬산 형태로 사용되는데, 모두 용해 상태다.

영통구 신동 무수크롬산 유출 관련 화학사고관리위원회 임시회의. (사진=수원시)

최근 일부 언론이 ‘6가 크롬’ 유출 사고를 보도했고, 인터뷰한 환경전공 교수가 “크롬 6가가 기화돼서 주변의 공기를 오염시킨 상황이 됐다면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경우 호흡을 통해 ‘크롬 6가’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인체에 해로운 6가 크롬에 노출될 수 있다는 공포가 엄습한 것이다.

하지만 환경·화학물질 전문가들의 의견은 차이가 있었다. 수원시가 유출 사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주민들 의견을 듣기 위해 12일 수원시청에서 연 ‘영통구 신동 무수크롬산 유출 관련 화학사고관리위원회 임시회의’에서 강태선 아주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크롬은 기화될 확률이 거의 없다”며 “노출된 크롬으로 인한 발암 위험(가능성)은 단연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수원시 화학사고관리위원회 위원인 강 교수는 8일 유출지 현장을 조사했다. 그는 “한 교수가 언론 인터뷰에서 6가 크롬의 기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만에 하나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 같다”며 “벤젠이나 톨루엔 같은 물질이라면 기화될 수 있지만, 금속인 크롬은 기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수원시는 무수크롬산 유출 6일 만인 4월 5일 신고를 받고 즉각 현장을 점검한 후 오염 현장에서 시료를 채수(採水)해 전문 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 당시 수원시는 화학물질 전문가인 김신범 노동환경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에게 자문했고, 김 실장은 “누출된 도금액 중 중금속인 크롬은 공기 중으로 흩어지거나 증기화되기 어려우므로 공기 중 노출로 인한 주민 피해의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8일 현장조사에 함께한 김 실장은 “다른 영향이 없는 한 유출된 도금액 중 6가 크롬이 기화돼 주변 주민에게 노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다시 한 번 기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수원시는 신고를 받은 다음날(4월 6일) 지정폐수처리업체에 수용액과 지하유출수 처리를 의뢰했고, 업체는 4일에 걸쳐 20톤을 처리 완료했다. 또 유출 지역 주변 토양오염을 정밀히 조사하고 ‘정화 조치’를 명령했다.

유출지역 토양을 정밀히 조사한 결과, 오염 면적은 795.5㎡였다. 유출된 수용액의 오염도는 123mg/L로 기준치인 0.5mg/L의 246배, 오염토양의 6가 크롬 최고 농도는 422.4mg/kg로 기준치(40mg/kg)의 10.56배였다. 토양 오염 범위 내 지하수 오염은 없었다. 정밀조사가 끝난 직후 전문 정화업체가 오염 토양을 경북에 있는 오염 토양 정화장으로 반출하고 있고, 반출은 이번 주 안에 마무리된다.

무수크롬산 유출지 지하수(9일 채수) 6가 크롬 검사 결과(불검출). (사진=수원시)

‘크롬 유출’이 보도된 후 상수도 오염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수원시는 7일 유출지 인근 래미안 마크원 2단지 세 가구(103동·208동·209동)의 수돗물을 채수해 수질검사를 시행했다. ‘크롬 성분’은 세 곳 모두 ‘불검출’이었다. 9일에는 유출지 지하수와 래미안 영통마크원 2단지 지하유출수를 채수해 ‘6가 크롬’ 함유 여부를 분석했고, 결과는 역시 ‘불검출’이었다. 주변 지역(영통마크원 2단지 3개소, 1단지 2개소) 토양 오염도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8일에는 유출 사고 현장 주변 지역 2곳에서(래미안 영통마크원 2단지 203동 앞, 209동 놀이터 앞) 대기 오염도를 측정했다. 또 대조군(對照群)으로 유출지에서 1.5㎞가량 떨어진 벽적골 롯데아파트 관리동 옥상에서 대기 오염도를 측정했다.

수원시는 누출 주변 지역 지하수 수질·토양 오염도를 계속해서 조사할 예정이다. 또 향후 주민들이 요청하는 지점에서 대기오염을 측정하고, 6월 말까지 신동 주변 폐수 배출사업장을 전수조사 후 지도·점검을 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계획이다.

수원시는 유출지역 주변 주민들이 수돗물 검사를 요청하면 즉각 수질검사를 시행한다. 지하수·상수도·대기오염 조사 결과는 수원시 홈페이지에 (http://www.suwon.go.kr)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수원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주의에 의한 실수"라는 도금업체 대표의 무성의한 해명으로 인해 안전불감증에 빠진 도금업계에 대한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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