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 기술인력 육성 이렇게 해야 한다

뿌리산업 기술인력 육성 이렇게 해야 한다

  • 뿌리뉴스
  • 승인 2018.03.2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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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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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업계 현장에 40대 이상 중장년 비중 지속 증가
기술전문 훈련기관 설치 및 연계지원 등으로 ‘청년 엔지니어’ 육성해야

 국내 뿌리업계의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 ‘절망적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젊은 인재들이 오지 않아 중장년층이 현장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와 은퇴를 목전에 둔 고령자들의 비중까지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뿌리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장년층인 전문 기술자들이 은퇴하면 국내 뿌리산업 기술인력의 대가 끊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대다수가 대기업과의 임금 및 복지수준, 근무조건 격차 등으로 인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뿌리업계의 경우에는 그 문제가 한층 더 심각하다. 기업 규모가 작은데다 3D업종이라는 사회적 인식까지 겹쳐 있어 급여 수준을 높이더라도 인력을 모으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뿌리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인건비 지원 등 단편적인 임금보조 정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정책들을 포괄할 수 있는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뿌리업계, 신규인력 수급난 지속으로 40대 이상 노동자 비중 증가
 10인 미만 사업체가 72.6%, 임금 수준도 타 업종의 약 60%에 불과

 뿌리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지난 2016년 발표한 ‘2016년도 인력수급실태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뿌리기업은 신규 인력수급난이 지속되면서 40대 이상 노동자가 2013년도 42%, 2014년도 43% 등으로 구성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할 때, 향후 뿌리기업 노동자들의 경력개발 및 재교육을 통한 기술경쟁력 확보 기회는 더욱 요원한 과제가 될 것으로 우려되며, 특히 뿌리산업의 체질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뿌리산업은 업종별로 전문기술을 요구하는 산업의 특성과 취업을 기피하는 구인자의 인식구조 등으로 인하여 인력수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구인구직대비 채용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도 뿌리산업의 1인당 연평균 급여액은 2,800만원으로 분석되었는데 뿌리산업 업종별 1인당 연평균 급여액은 금형 3,200만원, 금속가공 2,800만원, 용접 2,700만원, 표면처리 2,500만원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인력구성비는 40대가 157,556명으로 전체의 32.8%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30대 150,451명(31.4%), 50대 102,054명(21.3%) 등의 순이다.

 

 60대 이상 인력은 2013년 대비 감소(1.5%)하였지만, 40대 이상이 56.9%를 차지하면서 여전히 현장의 고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뿌리산업 인력수급의 문제점은 젊은 층의 취업기피와 재직자의 이직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뿌리산업은 종사자 10인 미만의 사업체가 전체의 72.6%로 영세한 규모의 사업체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임금 수준도 타 업종의 약 60%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또한, 최근 청년층은 직업 선택 시 쾌적한 근무환경, 여가·복지 수준이 높은 직장을 선호하나, 뿌리기업은 상대적으로 근무 조건이 열악하여 이 역시 취업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기술 숙련도가 품질 경쟁력을 좌우하는 뿌리산업의 특성상, 청년층의 유입 감소는 숙련 기술의 단절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기업 CEO의 경영 마인드 변화로 보수와 복지 수준이 높고, 자동화 설비 구축으로 근무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뿌리기업들이 상당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반인들에게는 뿌리산업이 3D 산업이라는 선입견이 존재하는 것도 뿌리기업 취업 기피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금형조합, 금형기술교육원 설립운영으로 현장맞춤형 인재 양성
 주조 등 타 업계는 자체 교육 및 은퇴기술자 활용 등 대안 마련

 이와 같은 인력난에 대한 해결책으로 뿌리업계와 관련 전문가들은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뿌리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서는 인력난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술전문 훈련기관 설치 및 연계지원, 경영자의 인식개선 지원, 재직자에 대한 인성교육 강화, 사내 교육훈련(OJT)체계 구축 및 교육담당자 양성 체계화, 현장맞춤형 인력양성을 위한 전공별 교과과정 개편 교육, 국내외 은퇴 기술자 활용 등을 제시하고 있다.

 뿌리업계에서는 주로 조합을 중심으로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곳은 금형조합이다.

▲ 금형기술교육원 전경. (사진=금형조합)

 지난해 4월 금형기술교육원을 설립한 금형조합은 일학습병행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공동훈련센터, 실무중심 현장기능인력 양성과정, 금형 관련 대학 및 특성화고 재학생 실무교육과정 등을 운영하여 금형산업 현장에서 즉각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현장 맞춤형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금형조합 외에 타 조합에서도 이와 같은 전문교육기관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주물조합은 지난 2월 총회를 통해 인재 육성 및 인력수급 특별위원회를 새롭게 설치하고, 본격적인 인력 양성방안을 마련 중이며, 다이캐스트조합 또한 전문교육기관 설립과 은퇴기술자 활용방안 등을 준비하고 있다. 용접조합에서도 대기업, 지자체, 교육기관 등과 연계하여 용접기술교육원(Welding School) 설립을 준비 중이며, 단조조합과 표면처리조합 등은 기능경기대회 등을 통해 기술인력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줄어야 근본적 문제해결 가능”
 “젊은이들에게 뿌리기업이 좋은 직장이라는 믿음 줘야”

 기술인력 수급과 관련하여 뿌리업계의 현업 CEO들은 젊은이들이 뿌리업계에 뛰어들 만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용접자재업체인 성도산업(주) 윤연하 대표이사는 “국내 뿌리기업들이 인력난을 겪는 이유는 대기업과 임금격차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공정거래정책 강화를 통한 납품단가 현실화를 통해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을 확대하고, 여러 사회복지정책을 동원하여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실질적 소득수준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성도산업(주) 윤연하 대표이사는 대중소기업의 격차 해소의 중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뿌리뉴스)

 열처리업체 KD시스템즈 이준연 대표이사는 “한국에서는 화이트칼라는 좋은 직업, 블루칼라는 나쁜 직업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존재한다. 정부와 뿌리업계가 힘을 모아 뿌리기업 종사자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과 함께 3D업종으로 통하는 뿌리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뿌리 전문자격증 보유 및 동종업계 재직자에 대한 수당 지급 필요”
 “N포세대로 통하는 젊은이들 고려한 종합적 대책 나와야” 지적

 뿌리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는 앞서 언급한 대책 외에 뿌리 전문자격증 보유자와 동종업계 재직자에 대한 수당 지급 등을 통해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자신들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게 함으로써 뿌리산업 종사자들을 전문 기술인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소위 ‘3D업종’이자 ‘노가다’로 통하는 뿌리산업 종사자들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직 종사자’로 만들자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뿌리산업의 인력문제를 경제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청년세대가 처한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다이캐스트업계의 한 CEO는 “청년들이 뿌리기업을 기피하는 것은 낮은 임금이나 3D업종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있지만 2교대 근무 등으로 인한 건강 악화와 여가 실종, 기업의 영세성으로 인한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 블루칼라 계층과의 결혼 기피 등 다양한 문제가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인건비 지원 등 금전적인 해결책만을 제시하면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소위 N포세대로 통하는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소득, 여가, 결혼, 출산, 육아, 노후 등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만 뿌리업계의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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