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초록은 동색’ 아니다
중국과 ‘초록은 동색’ 아니다
  • 정하영 기자
  • 승인 2018.05.14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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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특히 강관업계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와 관련된 수입관세 면제 쿼터 적용이 당초 예상한 5월 1일이 아니라 1월 1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국 철강 수출은 전체 수출량의 10%를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다. 따라서 미국에 수출을 못한다 하더라도 그 정도의 타격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관은 다르다.

강관 수출의 상당량이 미국에 집중돼 있다. 또 미국 수출 강관의 대부분이 유정관과 송유관, 다시 말해 석유용(API강관)이다. 그런데 전 세계 석유용 강관 수요 대부분이 미국시장이고 대체할 시장도 없다. 따라서 미국 석유용 강관 수출이 막히면 강관 수출의 상당량이 갈 곳이 없어진다.

개별 업체로 봐도 그렇다. 넥스틸이나 아주베스틸 같은 경우는 생산량의 대부분을 미국에 수출한다. 대형 3사인 세아제강, 현대제철, 휴스틸도 미국 수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강관사들은 쿼터 적용이 5월 1일부터 될 것으로 알고 쿼터가 적용 안되는 기간이라며 그동안 열심히 수출했다. 그런데 그것이 모두 쿼터에 포함된 것이다. 실제로 OCTG강관의 연간 쿼터는 46만톤인데 1~4월 동안 이미 33만톤을 수출해 70% 이상이 소진됐다. 남은 쿼터는 28% 정도다.

이를 업체들에 분배하더라도 말 그대로 ‘껌딱지’ 수준을 면키 어렵다. 강관 쿼터는 2017년 실적의 절반 정도였고 이중 28%만 남았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을 주도한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적지 않다.

한미FTA 재협상과 철강 관세를 놓고 자동차를 양보하는 대신 철강을 챙겨준 관계자들이 고맙기까지 했다. 그런데 실제 상황에 처하고 보니 별로 얻은 것이 없다. 오히려 강관 수출 길은 더욱 좁아져 버렸다.

한마디로 쿼터 적용일을 간과하고 협상을 마무리한 잘못이라고 판단된다. 아니면 연간으로는 같은 결과다보니 기산일을 함께 언급하지 않은 탓이다.외교 협상에서 작은 문구 하나에도 상당한 신경을 쓰는 이유가 다시 입증된 셈이다.
관세 유예국들인 캐나다, 멕시코, EU 등의 협상이 길어지는 이유도 이제 이해가 된다. 심지어는 호주, 브라질도 아직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쉽게 마무리할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최근 무역협회 자료에 의하면 미국이 한국과 중국을 함께 규제하는 품목 중 98%가 철강 제품으로 나타났다. 또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품목 중 90% 이상이 중국과 일치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한국산 철강에 대한 시각이 중국과 별 차이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232조 조치 상무부 권고안에서도 우리나라가 주요 관세부과 12개국에 중국과 함께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불편한 시각의 근본 이유가 바로 한국은 중국산 저가 철강재를 수입해 이를 가공해 미국에 싼 가격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신들의 제조업이 무너진 이유를 중국으로 보고 있다. 또 중국의 제조업 굴기, 나아가 세계경제를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간과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한국을 중국과 한편으로, ‘초록이 동색’으로 인식하게 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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