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긴급 슬래브 공급 ‘대탐소실’
현대제철 긴급 슬래브 공급 ‘대탐소실’
  • 에스앤엠미디어
  • 승인 2019.0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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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가 중심으로 바뀌면서 가격은 품목을 망라해 국내 철강시장에서 가장 큰 핵심 이슈가 돼버렸다. 특히 수요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철강재 가격과 관련한 결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후판과 자동차용 강판, 철근, 가전용 강판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는 상하공정 철강사 간에도 가격 문제가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포스코의 열간압연강판 가격 인상 움직임은 전문 압연업체라 할 수 있는 냉연 전문업체, 강관사들에 있어 거의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품(냉연판재류) 가격을 올릴만한 상황이 아닌데, 소재(열연강판) 가격만 올라가는 경우가 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열연강판은 이미 유통업체들에게는 2월 주문 투입 분부터 공급가격을 톤당 3만원 인상하기로 통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행히 유통업체들의 분위기는 생각보다는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말 톤당 490달러까지 내려갔던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 오퍼가격이 최근 533달러까지 상승하는 등 유통가격 강세 분위기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냉연판재류와 강관업체 등 전문압연업체들의 경우다. 실수가용도 톤당 3만원 인상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지난해 최악의 이익률을 기록했던 냉연업체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도 냉연판재류 유통 판매가격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아무리 원료가격이 인상됐다고 하더라고 제품 가격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최근 동국제강 김연극 사장은 사석에서 상생의 고마움을 전했다. 바로 경쟁사인 현대제철이 얼마 전 소재 확보 어려움에 처한 동국제강에 1만5천톤의 슬래브를 긴급 공급해주었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철강재, 특히 판재류는 주문 생산 방식이라 쉽게 중간 소재 공급 변화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슬래브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경쟁사를 과감하게 도와준 것이다.

공장 가동과 생산이 비탄력적인 철강업체 간에 이러한 협력은 시장의 안정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동국제강이 슬래브가 부족해 후판 생산이 지연되면 조선, 건설 등 수요가들의 불만과 불편이 컷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경쟁사인 포스코나 현대제철로 주문이 몰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주문이 몰린다고 비탄력적 생산 특성을 갖고 있는 철강사가 곧바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그런 과정에서 대부분의 피해가 중소 수요가나 유통업체 몫으로 돌아간다. 일부 주문량이 많은 중요 고객의 긴급한 요구에 호응하려면 중소 고객의 물량을 축소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후판 시장은 수입과 가격 등 여러 면에서 요동치면서 철강사와 고객과의 불신으로 확대되곤 했다.

동국제강의 슬래브 조달의 어려움으로 후판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는 얘기는 없었다. 현대제철이 시장의 안정과 고객과의 신뢰라는 큰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일시적인 고객 확보라는 작은 이익을 버린 결과다. 마치 솔로몬의 지혜와 같이 사소취대(捨小取大)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연초 철강업계가 철근, 후판, 열연 등 제품 가격을 놓고 말들이 많다. 앞서 언급한 열연강판과 냉연, 강관 제품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철강업체간 상하공정간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철강사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영역이다. 열연강판 부문에서도 이러한 상생, 그로 인한 대탐소실(大貪小失)하게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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