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나라 노벨상 소식이 배가 아픈 이유는?
이웃 나라 노벨상 소식이 배가 아픈 이유는?
  • 황병성
  • 승인 2019.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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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미디어 디자인센터장

일본 화학자 요시노 아키라가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일본은 총 25명의 노벨상 수상자 보유국이 됐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수년래 다수의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과학기술 강국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하는 우리 마음이 편하지 않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수여 하는 상이다. 매년 6개 부문(문학, 화학, 물리학, 생리학 또는 의학, 평화, 경제학)에 대해 시상이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으며 첫 인연을 맺었다.

과학자에게서 노벨상 수상은 큰 영광이다. 세계 최고 전문가에게 주어지는 권위 있는 상이니 과학자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 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부품·소재 싸움으로 한·일이 심각한 갈등을 겪는 이때 이웃 나라 경사가 배가 아픈 이유는 무엇일까. 여전히 일본과의 기술 ‘간극’이 존재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노벨 화학상에 선정된 요시노 아키라는 휴대전화기와 노트북의 리튬이온 전지를 상용화한 장본인이다. 그는  교토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아사히카세이에 입사한 후 ‘충전할 수 있는 전지’ 개발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40여 년 동안 한 우물만 판 장인정신이 노벨상 수상의 원동력이 됐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요구하는 성급한 우리와 비교 된다.

일본은 2014년(물리학상), 2015년(생리의학상), 2016년(생리의학상) 3년 연속 과학 부문 노벨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는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좁혀가며 노벨상을 학수고대하던 우리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다. 하지만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들과 기술 ‘간극’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없는 자괴감이 부담이 될 뿐이다. 더구나 수상자 요시노 아키라가 과학자도 아닌 일반 회사원이라는 사실이 충격의 파장을 크게 일으킨다.

우리나라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 못 하는 원인은 분명히 있다. 창의성 부족과 성과 위주의 연구에 치우치는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겠다는 강박관념과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모방·개선하는 방식으로 선진국을 추격해 온 것이 문제였다. 이것은 창의성과 원천기술을 중요 시 하는 노벨상 기준에도 미흡했다. 그러니 수상과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과학 인재들이 일부 대학에 편중된 것도 문제였다. 포스텍이나 카이스트 같은 몇몇 대학의 연구인력 쏠림 현상으로 대학 간 교류나 협력이 제한되고 있다. 그 결과 공동연구보다는 개인 연구 성과가 더 많았다. 2000년 이후 과학 노벨상 수상은 공동 수상 비율이 90.5%에 이른다. 올해 노벨 화학상도 3명이 공동 수상한다. 여기에 젊은 인재들의 해외 유출도 문제를 더한다.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니 너도나도 해외로 나가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 요시노 아키라는 자신의  좌우명은 ‘호기심과 통찰력’이라고 했다. 노벨상을 받으려면 “집착이라고 할까, 포기 안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강약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특정 분야 연구를 수십 년간 이어가는 집착과 끈기는 당장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 아무리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노벨상은 어림도 없다. 일본과의 기술 격차도 좁힐 수 없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드라마 대사처럼 지금 많은 국민들의 가슴은 아픈 멍이 들었다. 외국에서 치이고 내국에서 치이는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가 그토록 앞서고 싶어 하던 이웃 나라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잠시 좌절하게 한다. 절망의 순간에도 “응용과학보다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고, 창의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어느 전문가의 지적이 뇌리를 친다.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위해 종국(終局)에 우리가 정해 놓고 가야 할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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