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또’ 정부에 후판價 인하 건의

조선업계 ‘또’ 정부에 후판價 인하 건의

  • 철강
  • 승인 2022.08.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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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윤철주 기자 cjyo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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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조선 3사 CEO, 산업부장관에 “후판價, 조선업 경영에 부담”
이창양 장관 “철강업계와 조율할 것”...정부 후판價 협상 개입 가능성 시사
조선업계, 반복적으로 정부에 후판 공급&가격 문제 해결 요구...철강업계 ‘우려’

국내 대형 조선업계가 정부에 후판 가격 인하를 공식 건의했다. 산업계 일각에서 업체 간 협상장에 정부를 끌어들이는 격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조선해양 가삼현 부회장(대표이사)과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표, 삼성중공업 정진택 대표 등 국내 대형 조선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업계 주요 현안과 애로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조선업 CEO들은 이창양 장관에게 “현재 수주 환경은 좋지만 후판 가격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 경영에 여전히 부담이 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에 산업부 이창양 장관은 “철강 업계와 조율을 거칠 것”이라고 화답했다.

 

오른쪽 가운데 산업부 이창양 장관, 조선업계는 왼쪽부터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
오른쪽 가운데 산업부 이창양 장관, 조선업계는 왼쪽부터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

조선용 후반 협상은 통상적으로 반기별로 양측 업체끼리 1대1 협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미디어 및 산업계 일각에선 후판 협상이 양 업계 대표 간 협상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는 개별 회사마다 핵심 이익이 걸려 있는 사안이라 모든 협상이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같은 업종의 기업 간에도 협상 정보 공유를 자제하는 편이다.

이러한 사업자 간의 민감한 협상에서 조선업계는 반복적으로 정부에 협상 개입을 요구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조선업계는 산업부 차관 등 정부관계자를 다수 초청한 지난 2019년 조선해양의 날 행사에서도 “최근 후판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부담”이라며 “조선업계의 가장 큰 어려움은 강재 인상으로, 어렵겠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책적 배려와 중재를 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당시 이성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2021년에는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제2차 조선산업위원회’에서 조선기자재업계와 조선 관련 협동조합장들이 정부 관계자들에게 후판 제조 3사와의 조선기자재용 강재, 철판 단가 협상에서 안정적인 가격 책정을 할 수 있게 정부가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산업계에서 조선용 후판 가격과 공급 문제를 협상 상대인 철강사가 아니라 정부에 건의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2010년대에 후판 업계가 조선업계 요청으로 공급량을 늘렸는데, 조선업 위기로 후판 업계가 구조조정에 들어갈 때는 우리가 정부를 통해 조선업계에 요구한 것이 있는 가”라고 반문하며 “시장 논리로 정해야 하는 협상장에 정부의 힘을 빌리려는 점은 심히 유감스럽다”라 비판하고 있다.

 

또한 철강업계의 일각에서는 정부가 조선업계에 가격 개입 요구에 화답하는 뉘앙스를 비추고 있다는 점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조선업계가 정부에 후판 가격 안정을 요구했던 가운데 당시 산업부 이억원 차관은 “후판 가격 상승 등 고려할 때 최근의 선박 수주 확대 효과가 그간 어려웠던 조선산업 생태계와 지역경제 전반에 본격적으로 파급돼 골고루 확산하려면 일정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정부 물가안정회의에서 후판 가격 상승세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도 조선업계 건의에 이창양 장관이 ‘철강업계와 조율’한다고 밝혀 협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업계에서는 철강업과 가장 연관성 있는 담당 부처 장관의 ‘조율 요구’에 누가 딴지를 걸 수 있겠냐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후판 가격 상승으로 조선업계도 신조선가 인상을 통해 상당한 매출 수익 상승과 수익성 개선 기회를 잡았다고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통계인 7월 하순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161.57포인트로 2020년 12월 이후 20개월 연속 상승했다. 고부가가치 선종을 대량 수주하는 국내 조선업계가 선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화투자증권은 “후판 가격 상승 시 단기적으로는 조선업계의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하다”라면서도 “충분한 일감을 확보한 만큼, 선가가 크게 오를 여지가 높아 후판 가격 급등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어 보인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대신증권도 “후판 가격이 상승한 만큼 선가 상승 시 오히려 외형 확대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조선업계가 수익성을 스스로 개선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조선업계가 외부의 힘을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할 것이 아니라 상호 이익을 전제로 한 협상을 통해 매출 대비 부진한 수익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조선업계도 “오직 절박하면 우리가 정부에 호소하겠냐”라며 “신조선 가격에서 20% 내외 수준을 차지하는 강재 구매 비용이 조정되어야 경영 정상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당장의 경영상 어려움이 해소되어야 앞으로 국산 후판을 적정 가격에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당초 하반기 후판 공급 협상은 원재료 가격 약세와 국내외 철강 가격 하락세로 인해 가격이 일부 인하하는 방향으로 조기 합의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하지만 협상은 8월 이후 원재료 가격 하락세 둔화와 하반기부터 2~3년간 국내 선박 건조 물량 급증이 예상되면서 장기화 국면에 진입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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