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연업계, 부동산PF發 칼바람에 '노심초사'

열연업계, 부동산PF發 칼바람에 '노심초사'

  • 철강
  • 승인 2022.11.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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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백종훈 기자 jhbae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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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부동산 PF 대출액 '112조3천억원'...10년 전보다 3배 ↑
"HR 유통업계, 실수요 업계 PF 부실로 자재 대금 못받을까 우려"

열간압연강판(HR) 유통업계가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현재 불고 있는 '이상기류'로 불안에 떨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가 국내 부동산 PF 시장의 부실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좋지 않은 흐름이 감지되면서 건설사 등 실수요 업계에 납품한 자재의 대금을 자칫 못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고조되서다.

열연강판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업계 일각에서 건설사나 조선사 등 실수요 업계와의 자재 납품 계약을 미루거나 외상 거래를 끊고 현금 거래만을 이어가고 있다. 실수요 업계와의 거래를 아예 중단한 업체도 생겨났다. 열연강판 유통 가격 하락세의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국내 부동산 PF 시장 부실로 인해 실수요 업계 재무건전성이 최악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참고로 PF는 자금을 필요로 하는 특정 사업과 관련해 금융사가 향후 사업성 등을 평가하여 해당 업체에 자금을 지원해 주는 금융 거래 방식을 뜻한다. 국내에서 PF는 대개 부동산 대출을 의미한다. 이는 시행사가 대출을 받고 시공사가 지급을 보증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아파트나 상가 등을 지으면서 미래에 들어올 분양 수익금으로 금융사로부터 빌린 돈을 갚고 남는 돈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때문에 해당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분양이 예상을 현저히 하회할 경우, 시행사가 부도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는 자재를 공사 현장 즉, 실수요 업계에 납품하고 30일 후 유통업계로의 대금 결제가 이뤄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한달 간 공사 현장에 들어간 모든 자재 물량에 대한 대금을 익월 말에 받는 것이다. 그런데 이 때, 자재 대금을 현금으로 받는 게 원칙일테지만 관례 상 어음 상환의 경우가 잦은데다 자재 대금은 실수요 업계가 인건비 다음으로 정산하기 때문에 업계는 발을 구를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소위 '줄줄이 도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수요 회사가 무너지면 어음은 종이 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실수요 업체의 규모가 작을수록 유통업계가 자재 대금을 못받을 위험도는 배로 늘어난다. 자재를 납품한 유통업체는 물론 실수요 회사의 하청 기업들도 존폐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권도 타격을 입는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금융권이 보유한 부동산 PF 대출액은 2012년 말 37조6천억원에서 지난 6월 말 112조3천억원으로 3배 가량 늘어났다. 112조원 중 보험사가 43조3천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은행권 28조원, 여신전문금융회사 26조7천억원, 저축은행 10조7천억원, 증권사 3조3천억원 등 순으로 집계됐다. 

문제의 핵심은 PF 대출액 규모가 이처럼 10년 전보다 커졌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다. 대출액의 덩치가 커진만큼 그에 따르는 수익의 규모도 커져야 문제가 없는데 상황이 녹록치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수익 창출의 창구인 부동산 개발이 거의 멈춰섰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인천에서는 완공을 앞둔 아파트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해당 시공사는 인건비와 공사 원자재 가격이 오른데다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진행한 부동산 PF 관련 건설사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총 40개 건설사가 참여한 233개 사업장 중 공사 지연 사업장이 22곳(9.4%), 공사 중단 사업장은 9곳(3.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지연이나 중단의 이유로는 PF 미실행(67%)이 가장 많았다. 

설상가상 금리까지 오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산업계 전반의 이자 상환 부담까지 커진 상태다. 이처럼 금리가 올라가면 보험사나 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의 PF 대출 금리와 연체율 등이 오르면서 유동성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또 이는 건설사 신용 등급 하향과 시행사 및 중소형 건설사 부도, 신규 사업 축소 등의 악순환까지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2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3.0~3.25%에서 3.75~4.0%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4%대에 진입한 것은 거의 15년 만이다.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2%에 달하자 4회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한국 금리도 올해 1월 1.0%에서 10월 3.0%로 3배 상승했다. 더군다나 한국은행이 오는 24일 6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번 돈을 이자 갚는데 쓰기에도 버거워진 것이다. 

열연강판 유통업계 관계자는 "진작 터졌어야 할 것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게 업계 내 분위기"라며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철강금속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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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 2022-11-08 10:05:06
열연업계 큰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