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신시장) 아프리카 그린스틸 허브로 부상하는 ‘나미비아’

(철강업계 신시장) 아프리카 그린스틸 허브로 부상하는 ‘나미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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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1.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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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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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개발계획’으로 광업·에너지·교통·인프라·물·주택 부문에 대규모 재정 지출 프로그램 실시
EU와의 합작 투자로 철광석 개발, 탈탄소 제철소 건설 등 그린스틸 생산 허브 구축
철강업계, EU-아프리카 통합 그린스틸 가치사슬 참여 위해 현지 직접 투자 등 고려해야

국내 철강산업은 주요 수요산업의 성장 정체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건설시장의 구조적 저성장 국면 진입에 따른 내수시장의 수요 둔화, 중국과 아세안, 인도와 중동 등 신흥국들의 부상에 따른 수출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와 선진국들의 보호무역 강화로 인해 국내외 시장에서 도전을 맞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의 생산능력이 대폭 확대된 상황에서 국내 철강업계의 신시장 개척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 과제가 있다.

그런데 인도와 아세안 등 중국을 대체하여 부상 중인 신흥시장은 중국 철강업계를 포함하여 미국과 일본, 인도 등 선진국 철강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진입하는 탓에 이미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 됐다.

나미비아 위치.
나미비아 위치.

이에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경쟁국들의 진출이 많지 않은 미지의 신시장을 개척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본지에서는 ‘마지막 신시장’으로 불리는 아프리카의 자원부국이자 성장시장인 ‘나미비아’를 소개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고려스틸텍을 포함한 일부 업체들이 나미비아를 통해 남부아프리카 철강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으며, 국내 철강업체들이 컨소시엄 등을 통해 진출할 경우 국내외 시장에서 성장 한계를 맞고 있는 철강산업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미비아, 인구 260만 명의 신생국임에도 안정된 정치 체제와 풍부한 자원으로 잠재력 높아
다이아몬드 외 구리·아연·우라늄·리튬 등 풍부, 철광석 자원개발 시작, 2030년 원유도 생산 예정

우선 나비미아의 개괄적 경제 현황을 살펴보면 1990년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독립된 신생국으로 인구는 26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민족 구성은 흑아프리카인 85%, 영국, 네덜란드, 독일계 등이 7%이며, 언어는 영어(공용어)와 독일어, 아프리칸스어 등을 사용한다.

과거 독일의 식민지였으며 1인당 GDP 5,100달러, 구매력 기준(PPP) 1인당 GDP가 1만1,440달러로 아프리카 내에서는 높은 편이나 경제적 상류층인 백인 주민과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흑인 주민들 간의 빈부 격차는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대통령제 하의 안정된 정치체제를 갖추고 있어 정치적 혼란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안정적인 투자 및 개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산업 자원은 구리와 아연이 산출되고 있는데, 가장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는 것은 다이아몬드이다. 나미비아는 세계 3위의 다이아몬드 생산국이며, 다이아몬드의 질도 좋아서 각종 미인대회에 후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산출권의 대부분을 미국과 영국의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고, 세공 등의 말단 작업만이 나미비아에서 이루어져서 큰 수입은 없다.

또한 2013년 기준으로 우라늄 27만5,000톤(세계 8위), 형석 9,000톤(세계 9위)이 매장된 자원강국이기도 하며, 전기차 및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 또한 상당한 매장량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독일의 지원을 받아 철광석 생산과 함께 아프리카 최초의 탈탄소 제철소 건설을 시작하여 남부아프리카의 철광석 및 철강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오는 2030년부터는 원유도 생산할 전망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 석유기업 쉘(Shell)사에 따르면, 2022년 초 쉘이 발견한 나미비아 오렌지 분지(Orange Basin) 내 그라프-1(Graff-1) 필드에서 본격적인 원유 생산이 2030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필드에 대해서는 카타르에너지와 쉘이 각각 45%, 나미비아 국영석유공사가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S&P Global의 분석에 따르면 동 필드에 4억 배럴의 경질유와 3조4,000억 입방피트의 천연가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관광 자원을 개발해서 남대서양 투어를 만들어 놓고 있다. 개발되지 않아 바다는 아름답고 깨끗해서 입소문을 타고 있고 나미비아의 자랑인 붉은 모래의 나미브 사막은 이색적이다. 모래에 다량의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붉은 색을 띤다. 붉은 모래 사막언덕에서 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게 인기가 많다.

‘NDP5’ 통해 총 80개 프로그램, 178개 프로젝트에 1,640억 달러 투입
광업 부문 밸류체인 완성 및 SADC 물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 확대

나미비아는 장기적 경제 발전을 위해 국가개발계획(NDP)를 추진 중이며,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제5차 국가개발계획(NDP5)’을 시행했고, 2026년까지 ‘중기 재정 계획’을 시행 중이다.

‘비전 2030(Vision 2030)’을 목표로 ‘제5차 국가개발계획’에서는 총 80개 프로그램, 178개 프로젝트에 1,64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나미비아 정부는 주요 산업 육성 및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주요 산업 육성 프로젝트로는 ▲보석산업 육성 ▲농업 인프라 개발 ▲지역 경제 개발 ▲해양자원 개발 ▲어업 및 수삭가공식품(통조림) 산업 육성 ▲관광산업 육성 ▲광산업 개발 프로젝트 등이 있다.

특히, 광업 분야에서 나미비아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광업 수출 부가가치를 2배로 증대시켰으며, 통합 광업 밸류체인을 보유하고 있다.

나미비아 정부는 ▲부가가치를 강화하여 해당 부문의 수익성 및 탄력성 향상 ▲광산 밸류체인 활동 수립 ▲광산 투입물과 서비스를 생산할 산업 육성을 추진 중이다.

현재 나미비아의 광업 부문은 외국인 직접 투자의 주요 원천이지만, 이 부문의 생산량은 가공, 정제 및 추가를 허용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

둘째, ‘제5차 국가개발계획’을 통해 나미비아 정부는 인프라 확충 및 현대화에 나설 걔획이다.

우선 ‘에너지 인프라 프로그램’을 통해 나미비아 정부는 에너지 생산과 에너지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시골, 도시, 도시 주변 지역의 전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755MW의 발전용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물 인프라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용, 식수용, 농업용 수자원 확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수자원 확보를 위해 통합 수자원 관리를 실시하고, 신규 대량급수 기반시설 구축과 수상 인프라 개발을 추진한다.

또한 교통물류 인프라 투자를 통해 나미비아는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와 국제 시장을 연결하는 세계적 수준의 물류 허브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류 인프라 확보를 위해 나미비아 정부는 도로, 철도, 항만 및 항공 인프라를 세계 최고 수준의 표준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효율적인 현대식 도로망을 건설하고, 잠비아와 왈비스베이항을 연결하고 호세아 쿠타코 국제공항과 추가적으로 연계하여 새로운 철도 노선의 건설을 통해 철도 네크워크 인프라를 구축한다.

나미비아의 왈비스 베이항(Walvis Bay). (사진=Africa PORTS & SHIPS maritime news 24)
나미비아의 왈비스 베이항(Walvis Bay). (사진=Africa PORTS & SHIPS maritime news 24)

나미비아 정부는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와 국제 시장을 연결하는 통합물류센터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호세아 쿠타코 국제공항과 가까운 왈비스베이항 및 선게이트(Sungate)에 물류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또한 기반시설과 용량을 증대하여 항만 경쟁력 향상을 추진한다. 왈비스베이항의 지역 경쟁력 향상을 위해 간척지에 컨테이터 터미널을 신축하여 현재 35만 TEU인 컨테이너 용량을 100만 TEU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나미비아 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중기 재정 지출 프레임 워크’를 계획하고 있으며, 각 프로젝트별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와 투자금액을 살펴보면 ▲‘광업 및 에너지’ 프로젝트에 5억600만 나미비아달러 ▲‘공공시설 건축 및 확장’ 프로젝트에 1억7,410만 나미비아달러 ▲‘도시 및 지역 개발’ 프로젝트에 11억5,960만6,000나미비아달러 ▲‘관광 및 환경보존’ 프로젝트에 4억6,515만 나미비아달러 ▲‘산업 및 무역’ 프로젝트에 6억306만 나미비아달러 ▲‘어업 및 수산가공식품’ 프로젝트에 1억5,230만 나미비아달러 ▲‘ICT 인프라’ 프로젝트에 4억4,816만5,000나미비아달러 ▲‘교통 인프라’ 프로젝트에 271억8,499만 나미비아달러 ▲‘농업 인프라’ 프로젝트에 30억5,733만 나미비아달러 ▲‘물 인프라’ 프로젝트에 116억8,739만2,000나미비아달러 ▲‘민간주택 건설’ 프로젝트에 18억2,600만 나미비아달러를 각각 투입할 계획이다.

독일 링겐 수소환원제철소에 철광석 공급, 나미비아 서부에 그린수소 기반 DRI 공장 건설
독일·네덜란드와 그린수소 합작법인 ‘Nam-H2 Managers’ 설립, ‘아프리카 그린스틸 허브’로 부상

이와 같이 경제 개발 계획으로 인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최근 나미비아는 선진기업들과의 합작 투자를 통해 그린스틸 가치사슬 구축에 나서고 있다.

나미비아는 현재 독일 연방경제기후보호부(BMWK)의 지원을 받아 철광석 생산을 시작하고 있다.

나미비아의 철광석은 독일로 수출되며, 독일의 벤처기업 하이아이론(HyIron)은 링겐(Lingen)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 수소 기반 직접환원철(DRI) 제조공장을 건설하여 최대 200만 톤의 DRI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나미비아투자진흥개발위원회(NIPDB)는 “나미비아 서부의 오시벨라(Oshivela) 프로젝트는 독일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아 1,300만 유로를 투입했으며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여 탄소 배출 없이 연간 1만5,000톤의 철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미비아는 지난해 청정에너지 기술에 필요한 그린 수소와 광물을 EU에 공급하기로 유럽연합과 계약을 체결한 아프리카 최초의 국가가 됐다.

이 공장의 생산은 2024년 4분기에 시작될 예정이며, 최종적으로 연간 선철 생산량을 100만 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독일-나미비아 기후 및 에너지 협력 특사인 라이너 바케(Rainer Baake)는 “이 공장에서 생산된 선철은 풍력 터빈이나 차량 생산을 위한 친환경 철강을 제조하기 위해 독일 철강 생산의 원료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과 나미비아 기업의 컨소시엄인 이 프로젝트 개발자들은 이 공장이 그린 수소를 활용하여 회전 가마에서 철광석을 처리하는 ‘하이아이론(HyIron)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벤처기업 하이아이론(HyIron)이 특허출원한 기체밀착형 회전 가마(Proprietary Gas-Tight Rotary Kiln)는 그린 스틸 생산을 위해 개발된 설비이다. 여기서 수소는 철광석의 산소와 완전히 반응하여 이를 철 원소(DRI)로 변환한다. 이 기술은 이산화탄소 대신 수증기만 생산해 수소 생산에 재사용할 수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철 생산을 향한 또 다른 결정적인 이점이다.

또한 나미비아 정부는 그린수소 생산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나미비아는 1년 중 300일 동안 강한 햇빛이 내리쬐며, 대서양을 접하고 있어 바람의 세기도 강하다. 그린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것이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나미비아에서 생산된 그린수소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미비아 정부는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해 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나미비아 투자 프로젝트 계획)
나미비아 정부는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해 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나미비아 투자 프로젝트 계획)

독일 정부는 나미비아의 그린수소 타당성 조사 및 시범 프로젝트에 4000만유로(약 540억원)를 투자했고, 나미비아는 2025년 이전에 그린수소를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6월에는 네덜란드와도 그린수소 인프라 개발에 관한 MOU를 체결했으며, 이에 따라 나미비아, 독일, 네덜란드 정부는 그린수소 투자 유치를 위한 합작법인 ‘Nam-H2 Managers’를 설립할 예정이다. 동 합작법인은 4,000만 유로의 초기 자본금을 바탕으로 나미비아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나미비아는 우선 독일과의 협력을 통해 철광석 공급은 물론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 인프라 구축에 나섰으며, 자체적인 그린수소 기반 DRI 공장 건설을 통해 그린스틸 가치사슬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철강업계, 현지 인프라용 철강재 수출 및 그린스틸 가치사슬 참여 위한 직접 투자 필요

국내 철강업계는 수요산업의 성장 정체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주택시장 장기 저성장 국면 진입으로 인해 내수 시장의 성장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며, 미국과 EU, 일본과 중국 등 기존 수출시장 또한 탄소 규제와 반덤핑 관세 등 보호무역 강화로 인해 수출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도와 아세안 등 신흥국들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을 강화하면서 철강업계의 신시장 개척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나미비아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규모 인프라 및 에너지·자원개발 프로젝트가 지속되면서 관련 철강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게다가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와의 경제 통합을 위한 물류 인프라 투자 증가는 자동차와 철도차량 등 수송기기 관련 철강 수요도 큰 폭으로 증가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철강업계는 해당 부문의 고부가가치 강종 개발을 통해 직접 수출을 적극 고려하고 필요 시 현지 기업과의 합작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독일, 네덜란드와의 합작을 통한 철광석 자원 개발과 그린수소 생산허브 건설, 그린스틸 가치사슬 구축은 국내 철강업계도 반드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나미비아의 저렴한 그린수소 생산비용으로 볼 때 향후 국내 산업계의 그린수소 공급국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며, 아프리카와 유럽이 자원과 에너지, 수요처 등을 고려하여 통합적인 그린스틸 가치사슬 구축에 나설 경우 상당한 경제효과가 있어 국내 철강업계에 새로운 성장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는 유럽-아프리카를 잇는 그린스틸 가치사슬 참여를 위해 나미비아 현지 직접 투자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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