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보기를 쌀같이 하자

철강 보기를 쌀같이 하자

  • 철강
  • 승인 2024.01.3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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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형원 기자 h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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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身土不二)가 좋다지만, 긴 시간 이어진 고물가에 밥상 위 식품의 원산지는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산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 식료품은 마트 진열대에서 이른 시간 안에 동난다. 어느 새인가 한우 대신 수입산 소고기를 찾는 손길이 많아졌다. 값비싼 국내산 과일 대신 저렴하고 맛도 좋은 수입 과일을 찾게 된다.   

넓게 개방된 국내 농수산물 시장에도 좁은 문을 유지하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약 45%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곡물 자급률은 약 20% 수준으로 더욱 낮다. 특히 밀과 옥수수는 자급률이 1% 안팎으로 사실상 전량 수입하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90~1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와 같은 세계적인 경제개방 흐름 속에서 쌀 시장 만큼은 보호 대상으로 남아있다. 연간 40만 톤 안팎에 수입 물량에는 5%의 낮은 관세가 적용되지만, 이후 물량에는 513%의 관세가 더해진다. 물론 쌀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도 상당하다. 다만 쌀은 전쟁과 기후 변화 등 다양한 변수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식량 위기를 방어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자리하고 있다. 

쌀의 사례와 최근 화두로 떠오른 열연강판 반덤핑 이슈가 큰 틀에서 비슷하다고 느꼈다. 철강은 산업의 쌀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초석이 되었다. 현재 산업의 쌀이 반도체와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 첨단산업으로 자리를 옮겨가고 있으나, 언제나 기반을 닦은 것은 철강이었다. 

산업의 쌀인 철강에서도 핵심 소재가 되는 것은 열연강판이다. 고로에서 나온 쇳물을 통해 만든 열연강판은 완제품이면서 동시에 반제품이다. 열연강판은 추가 공정을 통해 자동차와 가전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기초 소재로 사용된다. 선박을 건조할 때 사용되는 후판도 넓은 의미에서 열연강판이다.  

누군가는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가 수요가들을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철강의 근간이 되는 열연강판 시장조차 지키지 못하고 수입산에 자리를 내준다면, 하공정 제품 시장 또한 순차적으로 수입산 공세에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식탁의 밥이 기본이 되는 것처럼, 우리 산업의 근본은 열연강판이다. 뿌리를 지키지 못하면 거목(巨木)도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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