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꿈이라면 깨지 말아라…

황병성 칼럼 - 꿈이라면 깨지 말아라…

  • 철강
  • 승인 2024.06.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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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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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이후 등화관제, 차량운행 10부제 등은 뼈아픈 오일쇼크의 유산이다. 전 세계적으로 오일쇼크는 두 번에 걸쳐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었다. 특히 석유 한방울 나지 않은 나라가 겪어야 했을 어려움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산유국들의 석유 무기화와 정치적 불안으로 불러온 이 사태는 아픈 흔적이 뚜렷하다. 그것을 잊지 못하는 기성세대들의 몸에 밴 절약 정신은 아직 유령처럼 우리 주위를 서성거린다.

격층정지형태 엘리베이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1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던 1971년대 지어진 아파트가 이 형태다. 2020년대 들어 금싸라기 땅으로 변모한 여의도 광장아파트와 전국 각지 삼익아파트 계열 아파트 다수가 이런 이상한 형태로 건설됐다. 예를 들어 9층에 내리면 9층과 10층 사이 계단참 부분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9층은 내려가고 10층은 올라가야 하는 형태다. 석유가 원료인 전기를 절약하기 위한 극약 처방이었다. 이 또한 오일 쇼크 때의 가슴 아픈 유산이다. 

그러나 오일쇼크가 우리에게 나쁜 영향만 준 것은 아니다. 1973년 오일쇼크 후 원유 가격이 배럴당 3달러이던 것이 12달러로 4배 이상 급등했다.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한국에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 원유가격 급등으로 ‘오일 머니’로 배가 부른 중동 산유국들은 인프라 건설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이에 국내 건설 및 관련 기업들은 중동으로 달려간다. 항만과 공항, 댐 건설로 근로자들은 달러를 긁어모았다. 이 덕분에 우리나라는 산업자본 형성 기반 자금을 마련했다. 그것을 발판 삼아 고속성장의 탄탄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이처럼 석유가 우리에게 아픔도 주었지만 기쁨도 주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산유국들이 항상 부러웠다. 별다른 노력 없이 땅 속의 석유를 팔아 떵떵거리고 잘 살고 있으니 말이다. 자원 빈국인 우리에게는 부자 집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가난한 사람들의 심정과 같았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만약 우리에게 중동 산유국과 같은 기회가 주어졌다면 선진국의 위치는 더 앞당겨졌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우리가 일군 것은 황무지를 개간해 얻은 결실이니 그 고충이 얼마나 컸는지 우리 스스로 느낀 바다. 그래서 산유국이 한없이 부러웠던 것이다. 

때로는 우리에게는 왜 그런 요행(僥倖)도 주어지지 않았는지 하느님을 원망했다. 자원이라고는 좁은 땅덩어리와 사람밖에 없으니 미래는 암담했다. 그러나 뜨거운 교육열로 많은 사람들이 인재로 성장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아무리 자원이 많아도 그것을 개발할 능력이 없으면 그림의 떡과 다를 바 없음을 눈으로 확인한다. 후진국 사례가 그렇다.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원망할 수도 없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자원부국이 한없이 부러운 것은 우리가 가진 것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이 억울해 하는 국민들에게 최근 달콤한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엄청난 소식에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브리핑을 통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라고 한 말에 놀랐다. 대통령이 국민을 속이기야 할까마는 대다수 국민은 쉽게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과거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1976년 1월 15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작년 우리나라 영일만 부근에서 처음으로 석유가 나왔다고 했다. 이 발표를 들은 국민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반전이 일어난다. 정부는 “포항 석유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돼 시추를 중단했다”라고 짤막하게 발표했다. 더는 포항 석유에 관한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도 없었다. 이것을 잘 아는 국민은 믿어도 되나 하는 표정이다. 네티즌들은 “대통령이 직접 나설 정도면 아예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닐 것 같다” “제발 정말이길 바란다” “우리나라도 이제 산유국 되는 건가요” 등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다시 그때처럼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때보다 시추 기술이 월등히 발달했다. 이것이 믿는 구석이다.

내년 상반기 실제 매장량을 확인한 후 2027년쯤 공사를 시작해 2035년 정도에 상업 개발에 들어간다고 한다.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이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도 산유국이 된다. 꿈이라면 제발 깨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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