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밀양에서 열린 ‘열처리기술경기대회’에 다녀왔다.
매년 취재해 온 대회이기는 하지만 올해에는 좀 다른 느낌이 많이 들었다. 참가한 학생 선수들이 어딘가 어색한 감이 있어 확인해 보았는데 외국인 학생들이 있었던 것이다.
원래 뿌리산업 분야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고, 뿌리기술경기대회에는 외국인들도 참가할 수 있으니 특별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는 대회에 외국인 참가자들이 늘어난 것은 분명 좋은 신호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 정부가 R&D 예산을 포함하여 많은 예산을 삭감한 가운데 뿌리산업 분야의 예산도 줄었고, 이로 인해 기존에 진행하던 인력양성사업도 많이 축소됐다. 기존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뿌리기술아카데미’가 대표적이다.
주무 부처와 기관에서는 공정 자동화 설비 지원 등 다른 분야의 예산이 늘면서 기존 사업을 대체했다고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뿌리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인력 부족이기 때문이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많은 뿌리업계 인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뿌리산업 기술인력의 대가 끊긴다는 것이다.
1세대 창업자들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여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기반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으나 이를 물려받을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뿌리산업계 CEO들에 따르면 현장의 기술인력 뿐만 아니라 제품 설계와 공정 관리, 연구개발 등을 담당할 전문 엔지니어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창업자들의 2세들마저 회사를 물려받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저출산 고령화가 장기화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부족해지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데 뿌리업계의 경우 이에 대한 대책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최근 제조업의 화두가 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이나 ‘탄소중립’ 또한 전문인력이 없으면 결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들이다.
현재 국내 뿌리산업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과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 신산업에 맞춘 수요 개발, 디지털 및 녹색 전환을 통한 고부가가치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며, 이를 위해 전문인력 확보도 시급한 상황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부상하는 4차산업 시대에도 결국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이 하기 마련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뿌리산업을 포함한 제조업 전반의 인력 수급 상황을 재점검하고, 미래 한국 제조업을 이끌 인력 양성을 위해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