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황산 취급대행 중단에 법적 대응

영풍, 고려아연 황산 취급대행 중단에 법적 대응

  • 비철금속
  • 승인 2024.07.0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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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기자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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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거래행위 예방 청구의 소' 및 가처분 소송 제기…"우월한 거래상 지위 남용한 공정거래법 위반"

영풍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황산 취급대행 계약의 갱신 거절에 관해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 소송’을 제기(6월 20일)했으며, 그 보전 처분인 거래거절금지 가처분을 제기(7월 2일)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소송은 영풍과 고려아연 사이에서 장기간 지속되어온 황산 취급대행 계약의 갱신을 고려아연이 일방적으로 거절하고 계약 종료를 통보하자, 영풍이 이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부득이하게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성되는 부산물로 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아연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주로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하는 아연광석은 황화아연(ZnS)으로, 제련공정을 거쳐 아연제품(Zn)을 만들면 부산물로 황산(H₂SO₄)가 나오게 된다. 

영풍 그룹의 계열사인 영풍과 고려아연은 모두 아연 제련업체인데, 2000년 이후 각각의 아연 제련공정에서 생산되는 황산의 대부분을 온산항(울산항)을 통해 수출해 왔다. 영풍은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자리 잡고 있어서 황산을 온산항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황산 탱크 및 파이프라인을 유상으로 이용해왔다. 이를 ‘황산 취급대행’이라고 하는데, 이 계약 관계는 1년 단위로 갱신되면서 지난 20년간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유지돼 왔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20년 넘게 유지해온 황산 취급대행 계약기한(6월30일)을 불과 2개월 남겨둔 지난 4월, 돌연 영풍을 상대로 계약의 갱신을 거절한다고 통지했다.

국내 수요가 적어 대부분 수출해야 하는 황산은 동해안에는 동해항과 온산항에서만 수출 선적이 가능한데, 동해항은 이미 포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황산 취급대행의 거절로 온산항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영풍은 황산을 수출할 수 없어 아연 생산에 적지 않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앞서 고려아연은 계약 갱신 거절의 사유로 ‘ESG 이슈, 시설노후화, 고려아연의 황산 물량 증가’ 등을 들고 있으나, 그 어느 하나도 계약을 즉시 중단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영풍의 주장이다. 영풍은 애초에 양사의 계약이 황산 제조공정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고려아연의 기존 저장탱크 2기와 기존 황산 파이프라인 일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며, 고려아연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이 전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급작스러운 태도 변화의 진짜 이유로 경영권 분쟁에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2022년 일련의 유상증자와 한화∙LG화학과의 자사주 교환 등을 추진하며 우호지분을 확보했으며, 영풍과의 경영권분쟁이 시작됐다. 영풍이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정관 개정에 반대하고, 같은 달 고려아연이 현대자동차 해외 계열사인 HMG글로벌에 발행한 신주발행에 대해 ‘신주발행무효소송’을 제기하자, 고려아연은 이를 빌미로 영풍을 상대로 적대적 행동을 개시했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은 영풍에 대해 원료 공동구매 중단, 공동영업 중단, 서린상사 경영권 장악 등을 진행하였고, 급기야 황산 취급대행에 대한 일방적인 거절을 알렸다. 

영풍은 2000년부터 약 20년 이상 동해항에 수출설비를 마련하는 등 황산을 자체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대안 마련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 동해안에 황산 수출이 가능한 케미컬 항구는 동해항과 온산항 두 곳이다. 영풍은 동해항에 자체 수출설비를 마련했으나, 동해항은 규모가 작고 수심도 낮아 대규모 선적이 불가능한 관계로 더 이상의 확장은 한계에 부딪혔다.

아연제련소에서 생산한 황산 이동경로 및 환산 취급대행 계약 개념(자료=영풍)
아연제련소에서 생산한 황산 이동경로 및 환산 취급대행 계약 개념(자료=영풍)

반면 온산항은 태생부터 정부의 대규모 중화학 공업 육성 정책에 따라 온산국가산단 내에 설립된 황산 수출에 최적화 된 항구다. 영풍그룹이 ‘경영권 분쟁’ 이전에 영풍과 고려아연의 황산 수출 창구를 온산항으로 단일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풍이 단기간 내에 온산항을 대체하는 황산 수출시설을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영풍이 생산하는 대규모 황산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에 새롭게 황산 수출을 위한 시설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부지 확보부터 설계, 완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이마저도 주민 반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온산항(울산항)을 액체화물 처리 전문 항구로 꾸준히 지원하고 있는 만큼 온산항을 통해 대규모 황산을 수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고려아연이 황산 취급대행 계약 갱신을 거절하면, 영풍은 아연 생산에 차질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국내 아연 공급망에 큰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또 지역경제에 불안을 조성하고, 비철금속 제련이라는 국가 기간산업 발전에도 큰 부담을 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거래거절 선언에 대해 수차례 내용증명 등을 통해 자사의 대체설비 마련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더라도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고 최소한 7년 내외가 소요될 정도의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1년 단위로 갱신돼 온 황산 취급대행 계약을 우선 1년 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이를 단호히 거절하며 제반사정상 ‘최대 3개월’까지만 잠정적으로 일부 황산취급대행 업무를 제공하겠다고 일방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영풍의 황산 수출은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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