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현대제철 글로벌 차강판 영업실장 인터뷰
자동차강판 생산 세계 5위, 핫스탬핑강 생산 세계 2위
글로벌 25곳 완성차사 공급, 300여개 차강판 인증 +α
"탄소저감 강판, 3세대 강판 등 기술 차별화" 강조

현대제철이 차강판 해외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글로벌 철강사로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글로벌 자동차사들에 대한 판매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판매 증가는 곧 현대제철의 차강판 시장 저변 확대를 의미한다. 이를 반영하듯, 글로벌 차강판 판매 비중은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21년 16%였던 비중은 이듬해 17%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8%로 매년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는 21%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차강판 판매 부문은 가까운 하반기부터 미래에도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존 냉연강판 열처리 설비 개조 및 신설을 통한 3세대 강판 생산을 위한 준비와 전기차 생산과 유럽 고객사와의 탄소저감 강판의 글로벌 판매 기반까지 갖춰지면서 글로벌 사업이 바쁘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해외 거점을 넓혀 2029년까지 현대제철의 글로벌 자동차 판매는 전체 냉연도금재 전체 판매 비중에서 30%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단순 차강판 제조사에서 벗어나 글로벌 차강판 공급사로의 탈바꿈을 노리고 있다.
현대제철이 글로벌 판매 확대를 자신할 수 있는 이유와 미래 비전은 무엇일까. 현대제철 판교 오피스를 찾아 글로벌 차강판 영업을 총괄하는 이정호 실장을 만나 현대제철의 고민과 목표를 청취했다.

Q. 글로벌 판매 확대 추진 배경은.
A. 제철소 입장에서 자동차 강판은 기술적으로 가장 높은 품질 수준을 갖춰야 생산 판매가 가능하다.
현대제철은 2010년 1월에 1고로 가동을 시작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고로 가동 이후 자동차 강판 전문 제철소라는 목표와 지속적이며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현재 자동차 강판 생산량 기준 세계 5위에 위치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 전기차 등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신흥국들의 거센 도전에도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곧 생산하게 될 탄소저감 강판, 3세대 강판 제품을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될 수 있는 확실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고부가 제품인 글로벌 자동차 강판 판매 확대를 통해 지속성장 가능한 수익구조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Q. 해외 자동차 강판 판매가 늘어난다면,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 공식이 깨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A. 수직계열화는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한 경쟁 속 대내외 변수가 산적한 현재의 글로벌 시장 상황에서는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예측불가한 악재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인 현대모비스를 보더라도 글로벌 수주 확대를 토대로 큰 성과를 내는 등 많은 계열사들이 글로벌 문을 두드리며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제철도 고부가가치 강재 판매 확대 및 고객 중심의 영업시스템 구축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당사만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Q. 올해 및 중장기적 판매 목표는.
A. 당사는 글로벌 해외 완성차향으로는 지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매년 10%이상 고성장해 현재는 글로벌 25개 완성차사에 2024년 상반기 기준 누적 판매로 540만 톤 이상 공급하고 있다.
또한 최근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자동차 및 차량 경량화에 대한 시장 니즈에 대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한 양적 판매가 아닌 ‘H-SOLUTION’을 통해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자동차 소재와 응용 및 부품화 기술까지 비즈니스 파트너와 전방위적 파트너쉽을 맺어 글로벌 경쟁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차별화 된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2029년이 되면 현대제철의 글로벌 자동차 강판 판매량은 냉연 도금재 전체 판매비중에서 3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Q. 해외 시장 확대를 본격화하려면 글로벌 전문가 전진 배치도 필요할 텐데.
A. 각 국가별로 충돌 시험, 법률 규제, 탄소 규제, 수입 쿼터 제약 등 많은 제약 조건이 있다. 원거리 판매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 물류 구축도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 확보와 선제적 기술·품질 대응을 위해서 전 세계 14개의 해외 스틸서비스센터와 10개의 해외지사, 그리고 글로벌 거점별 GTC(Global Technical Center)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우수한 인력들은 자동차강판에 대한 전문적 영업지식을 보유하고 있고, 해외 스틸서비스센터를 통해 안정적 공급이 될 수 있도록 매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9년 출시한 ‘H-Solution’을 통해 기술 협력, 선행 공동 개발, 고객 인증, 기술 지원 등 고객맞춤형 기술 서비스를 지원하여 자동차사들의 니즈를 사전에 파악하고 그에 맞는 응용기술과 제품개발을 통해 차량 개발 초기부터 협력하는 EVI(Early Vendor Involvement) 활동이 지속 확대되고 있어 글로벌 판매확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Q. 차강판 부문에서 타사 대비 강점이 있다면.
A. 기술 경쟁력이다.
현대제철은 차강판 전문 제철소로 차강판 생산 비율이 높을 뿐 아니라, 최고강도인 1.8㎬(기가파스칼) 핫스탬핑강을 비롯해 고난이재인 초고장력강 냉연재의 생산 비중이 높다.
또 차강판 전문 제철소로 초고장력강에 대해 많은 생산·품질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고, 핫스탬핑강 생산량으로만 보면 글로벌 2위에 위치할 만큼 높은 글로벌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기존의 1.5㎬급 초고강도 핫스탬핑강판 외에도 강도를 20% 향상시킨 1.8㎬급 프리미엄 강판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으며, 고연신 1.5㎬급 핫스탬핑강부터 2.0㎬급 핫스탬핑강 개발을 통해 포트폴리오 역시 다변화하고 있다.
초고장력 강판의 경우, 강도 상향시 성형성(연신율)이 저하되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고강도와 고성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기술이 필요한 데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당진 2냉연공장에서 3세대 강판 생산라인 양산을 내년 3월 가동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Q. 용융아연도금강판(GI) 제품의 경우, 국내외 차강판 제조사보다 기술 개발이 늦어졌던 이유가 있나.
현대차와 기아는 도금재 중에서 합금화아연도금강판(GA)의 사용 비중이 높다. 그간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해있는 철강사로서 일관제철소 설립 이후 그룹사에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주력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2017년부터 7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해외 완성차사와의 교류를 강화해 현재는 북미 빅(Big)3사 및 유럽의 상위 완성차 40개 공장향으로 용융아연도금강판(GI)을 외판재부터 1.2㎬급 초고장력강까지 공급하고 있다.
가장 엄격하게 GI 도금재 품질을 요구하는 자동차 외판재에 대해 글로벌 주요 완성차의 까다로운 평가와 인증을 거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당사가 강판의 우수한 품질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Q. 자동차 소재의 경우 품질경영시스템 등 인증 절차가 까다로운데.
A. 자동차사는 새로운 자동차강판을 채택하기 전에 인장강도, 용접성, 도장성, 접합성, 굽힘성 등 소재의 특성들이 자동차 메이커사에 요청하는 범위에 들어오는지 반드시 테스트 과정을 거친다.
까다로운 인증 절차에도 불구하고 당사는 현재까지 해외 완성차업체로부터 300여 개 차강판 인증을 보유하고 있고 추가 진행 중에 있다.
Q. 탄소중립 및 보호무역주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A. 새로운 무역 장벽은 현대제철에 있어서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탄소배출을 제로에 가깝게 줄이기 위해서는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재로 활용한 수소환원제철이 방법이 될 수 있다. 현대제철 포함하여 많은 선진 철강사들이 공법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법의 대량 상용화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기로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기로는 스크랩 비중이 높기 때문에 지금의 기술로는 전기로 자체에서 외판재 및 초고장력강 생산 대응이 쉽지 않다.
현대제철은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 중 고로와 전기로를 한 공장 안에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제철이 현재 투자 진행 중인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는 고로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탄소저감된 자동차 고급강재인 외판재부터 초고장력강까지 생산 대응이 가능하다. 물론 이 복합 프로세스를 통해 탄소저감을 제로(0)에 맞출 수는 없다. 그러나, 복합 프로세스를 통해 CFP(Carbon Foot Print)를 기존보다 20% 저감하면서도 기존 고로 제품과 동등한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현대제철의 장점으로 현재 글로벌 완성차사 특히 독일계 완성차사 및 글로벌 탑티어(Top Tier) 부품사들과 협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글로벌 5개 고객사와 업무협약(MOU) 체결 통해 탄소저감 강판의 판매수요를 확보해나가는 한편, 탄소저감 강판 적용강종 선정 등 협업하고 있다. 이 고객사들과는 공동 부품 적용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고, 일본 완성차사들로부터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Q. 전기차 성장세가 지난해부터 둔화되고 있는데.
A. 차량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배터리 기술 등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일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향후 각국 정부는 전기차 세금감면, 보조금 확대 등의 정책을 펼칠 것이고, 최근에는 주요 메이커사들은 앞다투어 보급형 전기차를 출시하는 등 긍정적인 소식들도 들리고 있다.
내연기관 대비 전기차는 친환경과 경제성이 큰 무기인 만큼 연관 산업 기술의 발전으로 기술적 허들이 극복될 것으로 예상하며, 일시적 정체를 지나고 나면 다시 전기차의 성장세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