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연강판은 철강 근본 그 자체" … 현대제철, 시장 정상화 기대
현대제철이 중국산과 일본산 열간압연강판을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 신청에 나선 가운데 무역장벽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열연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 전 산업에 기초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이 지난 19일 반덤핑 조사 신청에 나선 제품인 열연강판은 철강 제품 중 가장 기초 소재로, 철강산업의 근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열연강판을 재가공해 제품을 생산하는 리롤러 업계는 현대제철의 반덤핑 제소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열연강판 반덤핑을 통해 얻는 이점이 사용자에겐 없고 오로지 대형 제조사에게만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서다.
국내 최대 철강 생산업체이자 열연강판 최대 생산자인 포스코는 “수입산 저가 열연강판 유입이 한국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다방면으로 검토한 후 공식 입장을 정리해 정부 요청 사항에 성실히 대응할 예정”이라 말했다.
■ 철강 근본 그 자체, ‘열연강판’
현대제철이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 신청에 나선 것은 열연강판이 지닌 특성과 시장에 끼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열연강판은 쇳물을 굳혀 만든 반제품 슬래브를 고온으로 가열한 뒤 누르고 늘여서 두께를 얇게 만든 철판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열연강판은 산업과 철강의 쌀로서 국내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제품이다. 열연강판은 건설과 자동차, 기계 등 국내 전 산업에 사용되는 기초 소재로서 철강산업의 소재주권을 상징한다.
국내 조강 생산량은 연간 6,500만~7,000만 톤 수준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약 3,500만 톤이 열연강판으로 생산된다. 3,500만 톤의 열연강판은 하공정을 통해 냉연강판과 도금강판, 컬러강판, 강관(용접강관), 철구조물 등으로 재탄생한다. 열연강판 자체 소비량도 상당하다.
업계 관계자는 “열연강판은 소재 중의 소재로서, 시장을 잃는다면 국내 산업 전체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라며 “소재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최근 급증하는 중국산과 일본산 저가 수입재 물동량으로 산업의 근간인 열연강판 시장이 잠식당하고 있다며 반덤핑 관세 등 무역장벽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 2020~2021년 250만 톤 안팎이었던 열연강판 수입은 2022년 284만 톤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엔 361만 톤을 기록했다. 올해 연간 수입도 330만 톤 수준으로 추산된다.
수입가격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1월 국산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톤당 105만 원 안팎을 형성했는데 당시 중국산 수입원가는 77만 원에 불과해, 국산 대비 30만 원 가까이 낮았다. 올해는 글로벌 철강 시황 부진으로 국산과 중국산의 가격 격차가 좁혀졌으나, 여전히 10만 원가량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산의 저가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엔화 약세를 무기로 연간 213만 톤이 국내로 유입됐고, 올해 수입은 다소 줄었지만 190만 톤에 근접할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지난 11월 일본산 열연강판 평균 수입가격은 492달러를 기록하며 4년 만에 가장 낮았다. 반면에 지난 9월 일본 내수 열연강판 가격은 톤 당 758달러, 10월에는 720달러였다. 9~10월 성약돼 11월 국내로 유입된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가격은 자국 내수 가격 대비 최대 톤당 250달러(한화 약 36만 원) 낮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200달러 이상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는 것이 덤핑이 아니면 무엇이냐?”라고 되물었다.
■ 열연 유통업계, 시장 정상화 기대
국내 열연강판 유통시장 관계자들은 현대제철의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에 기대감을 표하며 향후 철강시장의 회복을 고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저가 수입재 범람으로 내수 시황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며 “무역장벽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현대제철은 열연강판 반덤핑 관세 부과를 통해 중국 철강으로부터 국내 철강시장이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내 철강 시황 악화의 영향으로 국내 유통가격은 중국 내수 철강 가격과 동조화되며 끌려다니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열연강판 수입량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와중에 국내 철강 가격의 기준이 수입산 오퍼가격에 연동돼 움직이고 있다”라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철강 제조사의 경쟁력은 더욱 약해질 것”이라 설명했다.
실제 올해 하반기 국내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제조사의 가격 방침보다 중국 내수 및 선물가격 동향에 더욱 큰 영향을 받았다.
현대제철은 향후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 적용 여부에 따라 국내 철강 가격 왜곡 현상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정상적인 원가와 시장 흐름을 반영한 제품 및 유통가격 형성을 통해 철강산업 전반의 정상화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열연강판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하공정 업계는 현대제철의 반덤핑 제소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수입산 열연강판 구매 믹스를 통해 원자재 비용을 낮춰온 하공정 업계의 경우 비용 부담이 늘 수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