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아름다운 마무리

황병성 칼럼 - 아름다운 마무리

  • 철강
  • 승인 2024.12.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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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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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남은 달력에 눈길이 간다.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우리 업계 종사자들의 심정은 결승선을 앞둔 마라토너와 같을 것이다. 힘겹게 달려온 1년의 끝이 눈앞에 보이지만 정신적, 육체적인 상황이 한계에 다다랐다. 올해는 유난히 더 그런 것 같다. 불황의 검은 터널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 탄핵이라는 이슈가 정치와 경제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처럼 엄혹(嚴酷)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수시로 찾아오는 실망감에 삶의 의지마저 잃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라서 더욱 그렇다. 

‘기업은 1류인데 정치는 4류’라는 말이 작금의 사태를 보면 더욱 실감한다. 정치는 기업인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다. 각종 악법과 행동으로 사사건건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 정치다. 올해도 이 행태는 되돌이표였다. 그러나 그르던 말든 전국 산업현장 종사자들은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자 구슬땀을 흘렸다. 이것이 국가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힘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들을 향한 뜨거운 박수가 아깝지 않은 것은 4류 정치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떠오르는 고사성어가 있다. 유종지미(有終之美), 즉 우리가 자주 말하는 ‘유종의 미’가 그것이다. 뜻을 풀이하면 ‘끝을 잘 맺는 아름다움’이다. 시작한 일을 끝까지 잘해 좋은 결과를 얻으라는 교훈이다. 유종(有終)은 원래 착한 본성을 끝까지 지켜 나간다는 뜻이었다. 요즘은 일을 끝까지 마무리 짓기를 바라는 마음을 뜻한다. 이 말은 누구나 처음에는 일을 잘 하지만 그것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사람이 없음에 대한 가르침이다.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자세로 초심을 잃지 않고 일을 하라는 교훈이다.

이 말과 배치되는 말이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다. 만약 그러했다면 유종의 미는 없다. 끈질긴 노력을 이어온 사람만이 갖는 아름다운 결말이다. 개인이나 회사는 지금 마무리가 한창이다. 그 결과를 놓고 실망과 기쁨이 엇갈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유념해야 하는 것은 너무 결과가 좋고 나쁨에 연연하지 말자는 것이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과정이 아름다웠다면 이 또한 잃는 것이 크게 없다. 얻는 것이 분명히 있다. 실적이 좋으면 그에 따른 보상이 뒤따르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질책보다 내년을 기약하게 하는 아량을 베푸는 것이 차라리 현명하다. 

마무리가 없다면 시작도 의미 없다. 그래서 유종의 미가 중요하고, 의미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마무리가 없다면 성장도 없다. 마무리는 지나온 길이 잘못되었더라도 성찰의 시간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정스님도 아름다운 마무리를 내려놓음이라고 했다. 성공과 실패를 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의 연금술이라고 했다. 즉 내려놓지 못할 때 마무리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마무리는 그동안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준비라고 할 수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여러 진통의 소리가 들린다. 내려놓을 수 없음에서 나오는 다툼이다. 노사 분쟁이 없던 회사가 예고했으니 충격이 더욱 컸다. 서로 한발 물러서는 양보가 없으면 유종의 미는 물 건너간다. 팽팽한 줄다리기만이 능사가 아니다. 양보의 미덕으로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구경꾼들의 진심 어린 바람이다. 사회 분위가 흉흉하니 이러한 바람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다행히 노사가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불씨가 다 꺼진 것은 아니다. 24일 찬반 투표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유종의 미, 아름다운 마무리에 직면해 있다. 지나간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다시 올 내년을 위해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다. 그동안 일어났던 일에 대한 용서와 성찰을 통해 자신을 일깨우는 시간이 지금이다. 개인적으로 지나친 욕심과 아집에 사로잡히지 않았는지,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잘한 것은 더욱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못한 것은 왜 못했는지 철저한 분석으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 최상의 마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지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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