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권장되는 집중투표제에 MBK 반발 이유는?

적극 권장되는 집중투표제에 MBK 반발 이유는?

  • 비철금속
  • 승인 2024.12.2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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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기자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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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보호제도 일환 집중투표제
MBK "고려아연 임시주총 안건으론 안돼"
투자금 회수 등 전략 차질 우려한 듯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내걸었던 MBK파트너스가 정부·정치권의 밸류업 기조에 발 맞추는 듯 하더니 고려아연에 도입하는 것에는 반기를 들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오는 1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처리될 예정인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단체나 금융당국, 정치권 등에서 대표적인 소수주주 보호제도로 적극 권장되고 있다. 하지만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MBK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발끈하고 있다.

밸류업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는 집중투표제가 기업 지배구조를 나타내는 핵심 정보라고 판단,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들에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를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소액주주단체나 시민단체는 물론 금융당국과 정치권 등에서 소액주주를 위한 제도로 적극 권장되고 있다.

그런데 MBK는 고려아연 임시주총 안건으로 집중투표제 상정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MBK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내세우며 경영권 분쟁에 참여했기 때문에 반발의 명분이 부족하다고 인식되고 있다.

결국 고려아연에 집중투표제가 적용될 경우 적대적 인수와 투자금 회수 등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적대적M&A를 위해 내세운 명분을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고려아연 내 소수주주의 목소리가 높아질 경우 투자금 회수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기존의 단순 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할 경우, 과반의 주식을 소유한 대주주의 의사에 따라 모든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지만 집중투표 방식을 이용하면 소수주주의 의결권을 집중해 이들이 추천한 이사를 선임함으로써 모든 이사가 대주주의 의사대로 선임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임시주총 안건을 결의한 다음날에 “표 대결에서 불리한 최윤범 회장이 주주간 분쟁 상황을 지속시키고 어떻게 하든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며 “상법상 3% 룰을 활용해 최윤범 회장 개인의 경영권을 연장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며,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주주제안을 이용하는 것으로, 그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최 회장의 문제점, 즉 관련 제도를 최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성명을 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특은 "조건부 집중투표 청구(정지조건부 주주제안)는 다수 사례가 이미 실행됐을 정도로 선례가 존재하는데도 MBK 측은 이를 부정하는데만 급급하고 있다"면서 "제도 도입을 통한 ‘소수주주 권익 확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는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재반박했다.

정부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권장해 오고 있다. 정부는 상장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정보를 주주 등 관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데, 해당 보고서에 명시해야 하는 15개 핵심 지표에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가 포함돼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가 기업지배구조의 핵심적인 정보로 많은 주주들이 이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9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상장사에 공개를 의무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적어도 이때부터 집중투표제 도입을 공식 권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고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금융업계에서는 MBK가 국내 대기업 전반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선전포고를 한 만큼 집중투표제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고려아연 인수 건처럼 MBK가 직접 대주주가 돼서 향후 매각을 계획할 경우 오히려 소수주주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달갑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분이 적을 때는 사모펀드에 유리할 수 있는 제도이지만, 반대로 사모펀드가 1대 주주로 지분을 갖고 있을 경우 되레 불편한 제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MBK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워 놓고, 지배구조가 매우 부실한 것으로 평가되는 영풍과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제는 여기에 더해 소수주주 권익 보호의 대표 제도로 꼽히는 집중투표제를 반대하면 결국 MBK가 바라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이 아니라 투자금 회수일 뿐이라는 사실이 더욱 명백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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