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국민 66% '국민연금 적극적 개입' 찬성
17일 수탁자책임전문委서 고려아연 의결권 방향 결정 예정
오는 23일에 고려아연 경영권 향배를 가를 임시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17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 회의에서 고려아연 의결권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66%의 응답자가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연금이 공적자금의 특성과 국민의 안정된 노후를 위한 자금이라는 특성에 걸맞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전자신문 의뢰로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입각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66.0%로 나타났다. 반면에 '불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26.3%, '잘 모른다'고 답한 비율은 7.7%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국내 최대의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ESG 즉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의 관점에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노동권 보호, 환경 그리고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발발했을 때 고려아연의 지분 7.98%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양측의 지분 매집이 이뤄지면서 주가가 상승하면서 일부 지분을 처분한 바 있다. 다만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 측과 MBK·영풍 측 모두 지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전히 '캐스팅 보트'로 지분 4.51%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은 17일 열리는 수책위 회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수책위가 참고하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은 상당수가 발표되었는데, 주요 안건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집중투표제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고, 이사 수 상한을 19인 이하로 설정하는 안건에는 6개 기관이 찬성의 뜻을 공개했다.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MBK·영풍 측 인사가 일부 이사회가 진입하는 수준을 권고하여 현 경영진 체제를 유지하되,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높이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한편,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국민연금 자금이 우호적 M&A를 통한 기업 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이 아닌, 적대적 M&A를 통한 경영권 쟁탈에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결권 행사 방향은 기금운용본부 투자위 또는 수책위에서 결정하겠지만, 주총 안건에 대해서는 장기적 가치 제고 측면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