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집중투표제’ 의안 상정 결국 불발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의안 상정 결국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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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1.2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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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기자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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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MBK·영풍 제기한 가처분 신청 인용

고려아연 임시주총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안건 상정이 가로 막혔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을 막아달라고 제기한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번 가처분은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실상 가족회사인 유미개발이 청구한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의안을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선 안 된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신청한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가령 고려아연 지분 40.7%가량을 보유한 MBK파트너스 측이 N명의 이사 선임 안건을 올릴 경우 40%대 지분을 N명에게 각각 나눠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지분율이 높아도 이사 수에 따라 지분율이 희석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반면 현재 53명의 특별관계자를 보유하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게는 집중투표제로 의결권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유미개발이 집중투표 청구를 했던 당시 고려아연의 정관은 명시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며 “결국 이 사건 집중투표청구는 상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적법한 청구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가처분 소송의 핵심 쟁점은 집중투표제와 관련한 상법 문구를 재판부에서 어떻게 해석할지 여부였다. 상법에선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일반적인 주주제안 요건에 따라 집중투표제 도입 제안이 이뤄졌고, 이미 판례상으로도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안건 상정이 인정되고 있는 만큼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선임은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반면에 영풍·MBK는 소수주주 제안이 이뤄졌을 당시 고려아연 정관에서는 집중투표를 허용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고,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안건 상정 역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법적인 쟁점 외에도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결국 재판부는 영풍·MBK의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신청이 상법상 타당했다고 판단했다. 최근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에 찬성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집중투표제 도입이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법원 판단에 의해 의안 상정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앞서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집중투표제 도입 찬반은 엇갈렸지만 ‘캐스팅 보트’인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주면서 고려아연으로 쏠리던 무게추가 영풍·MBK 연합 쪽으로 기울어지게 됐다. 

고려아연은 여러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과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았지만 정작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서 임시주총에서 영풍·MBK의 공세를 막아내기 어려워졌다.  

반면에 집중투표제 도입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번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경영권 방어에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해온 영풍·MBK는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사회 장악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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