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검토 지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 규제 조치를 안보와 관련해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미국철강업계가 환영의 뜻을 내비친 가운데, 대미 수출량 회복세를 보이고 있던 한국철강업계의 수출에 암운이 드리웠다.
백악관이 공개한 대통령 지시사항(MEMORANDUM)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경제정책보좌관에게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2018년부터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했던 관세 등의 조치가 국가 안보와 관련해 갖는 효과성을 재검토해 추천안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미국철강업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케빈 뎀프시 미국철강협회(AISI) 회장은 “재검토 지시를 내려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며 “우리는 미국철강산업의 경쟁력 유지와 미국제조업부문의 강화를 위해 대통령과 협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제조업협회(SMA)도 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철강 노동자들에 대해 거듭 지지를 표명해왔다”며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와 철강 산업을 계속 성장시켜 국가의 인프라를 지탱하고 국가 안보를 굳건히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 철강 수출길에 암운이 짙어졌다.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 때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25% 관세 정책이 시행된 후 큰 타격을 받았다. 당시 발빠른 협상으로 직전 3년(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 수준까지 무관세를 적용 받기로 했지만, 수출량이 급감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정책 시행 이전 5년(2013년~2017년) 동안 대미 수출량은 연평균 431만 톤이었지만, 시행 이후인 2018년 대미 수출량은 274만 톤으로, 직전 5개년 대비 63%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후 매해 감소해 2020년에 212만 톤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회복세를 보였다. 조 바이든 정부 때인 2021년 대미 수출량은 284만 톤으로, 2020년대비 35% 늘었고, 2023년부터 2년 연속 수출량이 증가했다. 지난해 수출량은 292만 톤으로, 정책 시행 이전인 2017년 대비 79% 수준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미 당국이 재검토를 통해 현 쿼터를 축소하거나 관세를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면, 대미 수출량이 다시 줄며, 한국 수출량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한국의 주요 철강 수출국으로,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철강 수출량의 약 10%를 차지했다.
현재 한국 철강 제품은 각국으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한국 등 4개국 철강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 검토에 들어갔고, 조치에 반대하던 자국중소업체들이 입장을 철회해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튀르키예는 지난해 12월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고, 말레이시아는 한국산 석도강판에 이달 11일부터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일본에서도 이달 수입산 철강에 대한 제재 여론이 나왔고, 유럽에서도 지난 달 현재의 세이프가드 관세를 인상하고 쿼터를 축소하라는 목소리가 나와 한국철강업계의 근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