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633억 원 순손실 기록 … 이달 말 2개월 조업정지 실시
제련 부산물 황산 처리도 어려워 … 주주 "경영 정상화에 힘 쏟아야"
영풍이 작년 26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며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 더욱 심각한 상황에 놓일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영풍의 2024년 실적은 매출 2조 7,857억 원, 영업적자 1,622억 원, 당기순손실 2,63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영업적자 규모는 줄었지만 매출이 약 26% 줄고, 당기순손실 규모는 3배 넘게 증가했다. 영풍이 한 해에 2,6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중대재해와 환경오염 등으로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이 50%대(2024년 3분기말 기준)로 떨어졌고,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자회사 코리아써키트도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내면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올해가 더 힘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이달 말부터 58일간의 조업정지와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황산을 고려아연에 넘겨 처리할 수가 없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어 올해 생산 차질뿐 아니라 실적 부진에 재차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당장 오는 2월 26일부터 4월 25일까지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받은 58일 간의 조업정지를 실시해야 한다. 제련 업계에서는 재가동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약 4개월간 정상적인 생산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영풍 석포제련소는 조업정지 이후에는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수 부산물이자 위험물질인 황산을 처리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영풍은 황산을 고려아연을 통해 처리해 왔는데, 최근 환경당국의 규제로 더 이상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넘겨 처리할 수가 없게 됐다.
앞서 환경 당국은 지난해 말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황산을 제3자로부터반입 및 저장하지 말라는 개선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고려아연은 영풍에 공문을 통해 지난달 11일부터 황산 반입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이로 인해 관련 업계 안팎에서는 영풍이 지난해부터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몰두할 게 아니라 경영 정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 큰 심각성은 올해 실적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는 데 있다. 당장 석포제련소가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당국의 행정처분에 따라, 오는 26일부터 58일간의 조업정지에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재가동을 위한 준비기간까지 포함하면 4개월가량 정상적인 조업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포제련소 가동이 58일간 중단되면 생산량 감소와 그에 따른 매출 및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영풍의 문제는 실적 부진에서 벗어날 뚜렷한 탈출구가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자연스레 경영진을 향한 주주들의 불만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역대 최악의 실적에 영풍 주주들도 불만을 나타내면서 경영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업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이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하는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에만 몰두하고 있어 경영 정상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머스트자산운용은 두 차례 공개서한을 통해 영풍에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영풍 주주인 영풍정밀 역시 집중투표제 도입과 현물배당 도입,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제안했다.
이처럼 영풍은 주주들로부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주주환원책을 요구 받고 있다. 하지만 영풍은 이들의 요구에 이렇다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자칫 올해 실적도 작년에 이어 부진하다면 주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미국발 관세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보다는 경영 정상화에 더 힘을 쏟아야 할 때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해 요구하고 있는 주주가치 제고와 재무구조 향상, 지배구조 개선 등은 어찌 보면 영풍에게 더욱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