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후판 반덤핑 관세 부과의 의미…“정상화 위한 정당한 권리 부여”
“KS 규격재 사용 독려해야”
전환점 앞에 놓인 한국 철강산업
불공정 거래 형태로 유입되던 저가 수입산 철강재에 대한 무역규제가 본격화한 가운데 현대제철이 무역규제의 필요성과 함께 국내 철강 생태계 발전 방향성을 제시했다.
4일 본지와 만난 현대제철 판재영업담당 김성민 상무는 지난달 20일 중국산 후판에 잠정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된 것에 대해 시장 정상화를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으며, 저가 수입재 유입 감소에 맞춰 강건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현대제철은 과거 동남아 철강 제조사들이 적극적인 무역규제 이후 개선된 시황 속에서 방만한 경영 통해 경쟁력을 상실한 사례를 꼽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성민 상무는 “후판 등 수입산 철강재에 대한 무역규제 이후 시황이 개선됐다고 해서 옛날처럼 생산 위주의 운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수시장이 보호 상태에 있을 때, 다품종소량생산 등 현대제철이 잘하고 시장이 기대하는 것에 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中 후판 반덤핑 관세 부과의 의미…“정상화를 위한 정당한 권리 부여”
현대제철이 지난해 후판과 열간압연강판 등 수입산 저가 철강재를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를 진행하며 내세운 기치는 불공정 거래 형태의 수입을 줄여 철강 생태계를 강건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김성민 상무는 “불공정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오랜 기간 치밀한 시장 조사와 피해 사례 수집, 적극적인 제소 준비 등을 통해 정부와 시장에 공정 경쟁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적극 제기해 왔다”라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반덤핑 예비판정을 받았으며, 이는 불공정 무역이 지속돼 왔음을 증명함은 물론 철강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당한 권리가 부여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때 현대제철의 수입산 철강재 반덤핑 제소를 두고 고로사만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으나, 중국산 후판의 잠정덤핑방지관세 부과를 통해 우리나라 산업의 피해가 예상보다 더욱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후판에 대해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최대 38%의 잠정덤핑방지관세를 부과했다. 김성민 상무는 “중국산 후판의 불공정성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검증이 됐다고 봐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은 정부와 철강업계, 수요가들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이 나오기까지 정부의 검토와 시장 및 산업 각계의 협력이 가장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김성민 상무는 “정부에서 이번 반덤핑 조치를 예비적으로 결정하기까지 많은 검토와 고민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결과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며 “반덤핑 예비판정에 도움을 준 철강업계에도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은 국내 철강 생태계 강건화를 통해 수요업계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성민 상무는 “조선과 건설 등 고객사들의 많은 협조가 있었다”라며 “현대제철은 혁신과 투자, 상생협력을 지속해, 해외 저가재에 흔들리지 않는 강건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며 시장 세분화를 통해 고객에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 제공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답했다.
일례로 현대제철은 저가 수입재 유입 감소에 따른 이익을 공유할 계획이다. 과거 생산 위주의 운영에서 고객 친화적 사업 운영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다.
◎ “KS 규격재 사용 독려해야”
현대제철은 불공정 거래형태의 저가 수입재와 함께 비규격 철강재 규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앞서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재를 반덤핑으로 어느 정도 막아낸다고 해도, 비규격 강종 자체가 유지된다면 근본적인 시장 불안 요소는 남게 된다”라며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전체가 이득을 보려면 KS 표준화를 통한 안전·품질 경쟁력 강화가 필수”라고 역설했다.
수입대응재는 중국산 등 저가 수입산 철강재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에 등장한 강종이다. 다만 현재는 처음 취지와 달리 국내 유통시장에서 정품을 제치고 대세로 자리 잡았다. 비KS 규격 제품이 KS 규격재를 밀어낸 형국이다.
현대제철은 수입대응재의 확산이 국내 후판 시장의 가격 교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향후 중국산 저가 후판의 공급이 줄어들더라도 후판 가격 정상화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불공정 거래 형태의 저가 후판 수입재가 없어질 전망이라며, 후판 수입대응재 또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민 상무는 “결국 KS 규격 정착이 필요하다”라며 “후판의 기계적 성능, 재료 시험 기준 등을 체계적으로 규정해 안전성을 보장하는 KS 규격이 아닌 제품 사용이 계속될 경우, 중국산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 비규격 후판이 시장을 잠식해 시장 질서는 물론 소비자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KS 규격재의 시장 정착을 위해 민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시장 참여자의 KS 규격재 사용 확산을 독려하고 있다. 김성민 상무는 “공공 건설 및 플랜트 사업에 KS 규격 후판 사용 의무화 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등이 필요할 것”이라며 “철강업계와 수요업계 또한 KS 규격 우선 구매·판매 협약 등의 자발적 동참 확대로 시장 전반에 KS 규격 사용 활성화를 이끌어야 한다”라고 답했다.
◎ 전환점 앞에 놓인 한국 철강산업
지난달 20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의 잠정덤핑방지관세를 부과했다. 이번 예비판정을 두고 철강산업이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제철 김성민 상무는 “이번 예비판정은 국내 철강산업 보호를 넘어, 시장 교란을 방지하고 한국 철강이 한층 고도화되는 기회를 마련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또한 수입재 가격이 전체 후판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비정상적 시장도 정상화될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답했다.
현대제철은 반덤핑 등 무역규제를 통해 건전한 철강 생태계가 확보되고 철강사가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은 안정적인 시황 속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고,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거듭날 계획이다.
현대제철 김성민 상무는 “세계의 여러 고로사와 비교해 현대제철은 고로를 보유한 지 15년밖에 되질 않았다”라며 “경쟁사들을 쫓아가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게임 체인저로 성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현대제철은 원가 절감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저원가 고부가·고강도 신강종 개발, 공정 혁신 등으로 철강시장의 판도를 뒤바꾸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