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주로 철강 관련 해외 이슈, 소식 등을 담당하고 있다 보니, 외신을 통해 각국 산업계가 가진 생각, 고민을 접하게 될 때가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예외 없이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고 이달 12일 실제 시행하기 전후로, 여러 국가들에서 나타난 공통된 반응이 있다. ‘미국으로 향하던 물량이 우리에게 몰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다.
각국은 해법을 고심하며 대응책을 마련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내달 1일부터 무관세 쿼터 총량 축소 등 이전보다 강화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시행하며, 글로벌 조강 생산 2위 인도는 수입 철강재에 세이프가드 관세율 12%를 적용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2일엔 그동안 예고했던 상호 관세에 관해 발표한다. 나오는 내용에 맞춰 각국 정부와 업계의 대응책도 더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불확실성이 더해진 미국발 정책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은 산업계에선 피할 수 없고 이로 인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에 너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가 예측하기 어렵고, 마음 가는 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의 1기 임기 때부터 알아 가고 있다. 그는 취임 후 24시간 내 종전을 이끌어내겠다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아직도 끝내지 못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 내 물가를 상승시키고, 경기 침체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월 미국 기대지수는 65.2를 기록하며 2013년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기대지수는 소득과 사업, 노동시장 상황에 관한 소비자의 단기 전망을 반영해 구한다. 기대지수가 80선 미만이면 통상 경기침체 위험 신호로 여긴다.
트럼프 역시 그를 둘러싼 구조의 제약을 강력히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마지막 임기라고 마음대로 하고 싶어도, 자국민의 고통, 미국 내부의 목소리들을 외면할 수가 없다. 특히 앞으로도 정권 획득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 공화당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더욱이 대통령은 왕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인 의회의 명령(법)을 수행하는 것이 유일한 임무인 종이다.
트럼프는 생각보다 무력할 수 있다. 대응책은 착실히 준비하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