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드팩도, 압연도, 품질 기준도 전부 우리 손으로…DKLAD는 끝까지 간다
“제품은 빠르게 나왔지만, 양산 체계를 안정시키는 데는 3년이 걸렸습니다.”
지난 17일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만난 성준호 중앙기술연구소 후판연구팀 팀장은 클래드 후판 ‘DKLAD’의 출발점을 이같이 정리했다.
DKLAD는 동국제강이 자체 개발한 복합 후판 브랜드다. 탄소강에 스테인리스나 니켈 합금을 접합하는 구조로, 후판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았던 내식 강재 시장을 겨냥한 전략 제품이다.
◇ 슬래브부터 스테인리스까지…“우리가 만든 기준, 우리가 직접 압연한다”
DKLAD는 2020년 개발을 시작해 2021년 상업 생산 체계를 갖췄다. 동국제강은 기존보다 한층 강화된 설비를 추가로 구축했고, 올해부터는 연간 천 톤 수준의 양산 기반을 확보했다.
성 팀장은 “동국제강 당진공장은 외주 공정 없이 클래드팩(클래드 슬래브) 제작부터 압연, 검사까지 모든 공정을 자체 처리한다”며 “양산 체계를 안정화하기 위해 반복적인 데이터 축적과 조건 실험을 거쳤다”고 말했다.

클래드 후판은 이종 금속을 고온·고압 상태에서 접합하는 제품으로, 접합 균질성과 후처리 안정성이 핵심이다. 동국제강은 전자빔(EBW) 용접 설비를 통해 조립 품질을 높였고, 접합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압연 조건도 내부 기준으로 정리했다.
성 팀장은 “기계적 물성, 전단강도, 비파괴 검사 등 품질 기준을 내부적으로 구축했다”며 “2024년에는 1,000톤가량의 출하 실적을 기록했다”라고 밝혔다.
동국제강의 또 하나의 경쟁력은 특수강 압연 기술력이다. 일반적으로 클래드 압연은 탄소강 위주로 진행되지만, DKLAD는 스테인리스 및 특수강 압연도 가능한 설비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제작할 수 있다.
성 팀장은 “특수강업체가 수주한 물량을 당진에서 대신 압연해 줄 수도 있는 구조”라며 “이는 단순 외주가 아닌 기술 수주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조수철 후판생산팀 부장은 “클래드는 접합과 압연의 조합이기 때문에 슬래브 제조부터 최적의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소량 대응부터 소재 해법까지
DKLAD는 현재 탄소강(A516)과 스테인리스(304·316) 조합이 주력이다. 적용 분야는 압력용기 및 보일러 산업이며, 동국제강은 강관용 API 시장으로의 확장도 준비 중이다.
조 부장은 “국내 강관업계의 수요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초기 개발은 API 조합까지 모두 마쳤다”며 “향후 세아제강 등과 협업해 수주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수입사 대비 동국제강의 강점은 납기 대응력과 소량 수주 처리 능력이다. 그는 “소량 긴급 수주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있다는 점에서, 국내 수요업체와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DKLAD는 경제성과 성능을 동시에 겨냥한 제품이다. 탄소강의 구조 강도에, 부식에 강한 내식층을 최소화해 접합하는 방식이다. 내식강 전부를 사용하는 솔리드(STS 제품) 방식보다 소재 효율과 원가 경쟁력이 높다는 설명이다.
성 팀장은 “304계열은 시장 가격에 따라 솔리드와 클래드 간 수요 이동이 생기지만, 316 이상에서는 클래드가 절대적으로 경쟁력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솔리드 30T를 써야 할 설계 구조에서, 클래드 20T로 동일 강도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고부가 조합부터 국산화까지…“지금은 수익보다 존속, 끝까지 간다”
DKLAD의 다음 스텝은 고부가 강종 조합이다. 동국제강은 현재 니켈계 합금(825, 625) 및 티타늄 소재를 활용한 클래드 후판 개발을 진행 중이며, 이 과정은 정부 과제로도 연계돼 있다. 또한 국내 특수강 제조업계와의 협업도 추진되고 있다.
성준호 중앙기술연구소 팀장은 “STS 슬래브는 국내 특수강 제조사에서 제작하고, 우리는 이를 압연해 팩을 만들고 있다”며 “특수강 압연 기술력을 활용해 국내 업체들과 공동 개발 및 수탁 압연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에는 니켈 판재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특수강 업체들도 1,000㎜ 압연은 가능하지만, 대형 사이즈는 어려운 상황이다. 성 팀장은 “클래드를 통해 고합금 소재의 국산화 기반도 함께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현재 DKLAD의 직접 납품은 대부분 내수다. 그러나 제품이 투입되는 완성 플랜트는 수출 프로젝트가 많다. 성 팀장은 “국내 제작사가 수주한 해외 EPC 프로젝트에 소재로 투입되고 있다”며 “수출용 완성품의 소재 공급망을 우리가 감당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동국제강은 DKLAD를 단기 매출을 위한 신제품이 아닌 전략 상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조 부장은 “지금은 수익도 중요하지만, 존속이 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성 팀장은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시장을 끝까지 가져간다. DKLAD는 동국제강의 간판이 될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